업계,재고와의 전쟁…『창고는 비우고 지갑은 채우고』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36분


《다시 맞는 연말. 모두들 지난 한해를 차분히 돌아보는 때다. 그러나 초라하기 그지없는 「97 성적표」에 업체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창고 가득찬 재고품을 하나라도 더 털어내야 내년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재고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올 한 해의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이들 업체의 안간힘이 올 연말을 그 어느해보다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의류업체 ▼ 「Every Day Low Price」, 즉 상시할인의 전형적인 품목이 돼버린 의류브랜드들은 연말에도 대대적인 세일공세를 편다. 게스 폴로 타임 등 노세일브랜드들마저 자존심을 꺾고 각종 할인행사를 벌이는 판국이다. 이번달 세일에 들어가는 브랜드 중에는 내년 1월에나 세일 품목으로 잡혀야 정상인 일부 가을 신상품도 포함돼 있다. 모피 무스탕 업체들은 「대목」인데도 30∼50%씩 할인을 해댄다. 한 업체는 「손익 마지노선」을 넘은 75% 할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 중소 의류업체 직원은 『1년 매출의 40% 가량이 재고로 쌓여 있다』고 털어놓았다. 매출부진으로 내년 봄과 여름 시즌에 내놓을 원단 발주시기를 늦추는 업체도 상당수 된다. D의류업체 김모사장은 『판촉 차원이 아니다. 살아남느냐, 주저앉느냐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 백화점 ▼ 어느해보다 긴 연말세일 일정을 잡고 있으며 시기도 대폭 앞당겼다. 롯데 신세계 등은 연말 세일을 사실상 25일부터 시작한다. 백화점 세일에 앞서 의류잡화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입점업체들이 이날부터 자체 브랜드 세일에 들어가 「브랜드 세일→백화점 세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연말 세일 기간을 작년(5일)보다 대폭 늘린 곳이 많다. 그랜드, 부천 LG, 분당 블루힐 등은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흘간 세일행사를 한다. 쁘렝땅은 무려 17일간이다. 12월초에 연말 세일에 들어갔던 작년보다 시기가 앞당겨진 것도 특징. 세일을 빨리 한 다음에 「크리스마스전」 「연말연시 선물잔치전」 등으로 대목을 한번 더 잡는 이점이 있어서다. 백화점들이 이렇게 「변칙」까지 불사하는 것은 물론 올 한 해의 저조한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려는 의도에서다. 연말까지 「강행군」이 예상되지만 직원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성적에 따라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급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 『앞으로 한달간 장사가 잘 돼야 작년처럼 성과급 200%를 기대할 수 있죠』(백화점 마케팅 직원 이모씨) ▼ 자동차 ▼ 「판매정상화를 위해 무이자 할부판매를 하지 않겠다」던 선언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현대 대우자동차 등은 끝없이 줄지어 서 있는 재고차량 앞에 백기를 들고 무이자할부판매를 재개했다. 대우자동차는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프린스 브롬 등 5개 차종에 대해 선수금 30%를 낼 경우 30개월 무이자할부판매를 적용하고 있다. 6월 이전에 나온 장기 재고차량이나 장기 전시차량은 차량상태에 따라 수십만원씩 특별추가할인도 실시한다. 대우는 또 장기할부판매의 할부이자율도 기존의 13.8%에서 36개월 할부시 6%, 48개월 8%, 60개월은 10%까지 내렸다. 현대자동차는 아토스를 제외한 전 승용차량에 대해 24개월 무이자할부판매를 실시중이다. 엑센트에서 마르샤까지는 10월 이전 생산차량 24개월, 그 이후는 20개월 무이자할부판매를 해주고 있다. 현대도 36개월 장기할부판매에 기존금리 13.6%에서 대폭 낮춘 특별금리를 적용한다. 뉴엑센트와 아반떼는 8%, 뉴쏘나타는 10%를 적용중이다. 쌍용자동차도 가만 있지 않는다. 이달말까지 자사 또는 타사의 지프형승용차 소형버스를 보유했다가 쌍용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20만∼53만원 깎아준다. ▼ 가전업체 ▼ 올해 매출목표액 달성은 벌써 포기했다. 다만 「막판 떨이」를 통해 최대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11일부터 「LG전자 챔피언 대잔치」 행사에 들어갔다. 30일까지 TV 캠코더 냉장고 세탁기 등 15개 제품 34개 모델을 최저 16%에서 최고 30%까지 할인해준다. 지난해말 15일간 13개 제품에 대해 할인행사를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품목과 기간이 상당폭 늘었다. 국내 최대의 전자양판점인 전자랜드21도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전국 29개 전 지점에서 2백50여 품목에 대해 최고 51%까지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할인품목은 지난해보다 50개가 늘었고 최고 할인폭도 늘려잡았다. 지난해 19개에 불과했던 경품은 2백9점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각 지역 판매본부별로 자체 할인행사에 들어간다. 대우전자도 12월초부터 한달간 「송년 특별할인행사」를 펼친다. 〈이영이·이명재·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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