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말랐다』 부도공포 확산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종합금융사의 자금난 불똥이 기업으로 튀면서 단기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삼성 현대 LG 등 이른바 「빅3」그룹마저 기업어음(CP)발행 대열에 가세,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향후 시중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CP발행을 대거 늘리면서 91일짜리 CP할인율은 전날보다 무려 0.87% 오른 17.75%를 기록했다. 그러나 종금사의 할인여력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어 대그룹이 아니면 할인받기도 힘든 상황이 여러날 계속되고 있다. 최근 외화사정이 어려운 시중은행이 수출업체의 기한부 수출환어음(유전스) 매입을 축소한데따라 이날 삼성 등 빅3그룹도 원화자금 확보를 위해 약 1천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종금사 관계자는 『이런 대그룹들이 환율상승을 기대, 보유달러를 풀지않는 대신 원화자금은 CP발행을 통해 마련하고 있어 시중자금난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종금사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총 1조2천7백억원어치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는데 써 총 부족자금 규모는 1조7천5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 신탁계정 등 주요 CP매입기관이 여전히 CP매입을 꺼리는데다 부실화를 우려한 고객들의 예금인출도 잇따라 종금사는 이래저래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돌아오는 결제자금은 오후 늦게 시중은행으로부터 콜차입을 받아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실정. 종금사 사정이 기업을 봐줄만한 처지가 되지 못하다 보니 기업자금난은 가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금사에서 CP할인을 거부당한 기업들은 융통어음을 발행, 종금사에서 고리의 이자를 지불하고 할인받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 기업은 연 18∼20%의 이자부담도 감수하고 돈을 꿔쓰고 있다. 기간도 1주일 단위로 짧아져 「빌린 자금으로 곧바로 결제」하는 상황. 또 기업들은 종금사의 빚독촉으로 연 16∼17%의 은행 당좌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이때문에 평소 20%를 밑돌던 당좌대월 소진율이 이달 들어 무려 40%로 치솟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동반 자금난에 빠지면서 외화와 원화담당자들은 새벽 1, 2시까지 퇴근을 못하는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그룹은 자금난이 악화하자 그룹회장이 직접 나서서 자금을 구하고 있으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아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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