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 거래중단… 단기금융시장 마비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종합금융사의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단기금융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들어가고 환율폭등에 따라 외환거래가 또다시 중단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동남아 외환위기의 전례가 있었던데다 「기아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이 국내외에서 많이 나왔으나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 탓에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고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18일 외환시장은 개장 1분 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대고객 매매기준율)이 하루 상승제한치인 1천12.80원까지 뛰어 거래가 중단됐으며 은행들은 고객에 달러를 팔 때 적용하는 현찰매도율을 1천27.99원으로 재고시했다. 19일의 기준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천원을 넘어 1천12.80원으로 고시됐다. 또 이날 현재 3개월만기 기업어음(CP) 금리는 연17.7%를 웃돌면서도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단기금융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주식시장은 환율 및 금리불안과 안정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려 널뛰기장세를 보인 끝에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32포인트 떨어진 494.66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자금회수를 독촉하는 종금사들에 떼밀려 기존 대출금의 일부를 은행의 당좌대월로 메우는 한편 단기 운영자금을 찾아 나서고 있으나 은행도 등을 돌려 연쇄도산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5대그룹 계열사들도 연말까지의 자금확보량을 늘려잡기 시작, 가수요가 촉발되고 있다. 기업들은 △종금사의 빚 상환 독촉에다 △수출대금 네고(은행에서 미리 받는 것) 부진 △원자재 외상수입 결제용 자금부족 등 삼중고에 빠져들었다. 지나친 단기외화차입을 했다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차입이 막혀버린 종금사들은 달러부족을 국내 외환시장에서 막으려고 하루짜리 콜자금을 마구 끌어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말 3조8천억원이었던 제2금융권의 콜차입규모는 18일 현재 무려 7조원에 육박했다. 〈윤희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