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붕괴」가 주가폭락 불렀다…대기업 『와르르』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깨어진 신화(神話)들」이야말로 최근 주가가 92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믿음」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것.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재벌그룹은 망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올들어 한보 진로 대농 기아 등의 잇단 도산으로 깨지고 말았다. 이는 더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져 금융권의 자금회수→기업들의 흑자도산→금융기관 부실화의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주가급락으로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서도 이렇다 할 반등이 실현되지 않는 본질적 원인도 바로 이것이란 지적. ▼외국인 매입 신화〓우리 증시가 개방된 지난 92년 이후 줄곧 「사자」로 일관, 어느덧 주식시장 「최후의 보루」가 된 외국인들이 투자한도확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순매도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갈 때마다 외국인 투자한도를 확대, 쉽게 사태를 해결하려는 근성이 침체를 낳았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부동산 신화〓부동산 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최근 자금난에 빠진 한계기업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붕괴됐다. 팔리지 않는 부동산은 매몰비용이 돼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에서 본 「자산 디플레이션」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 ▼여당불패(與黨不敗)의 신화〓수십년간 단 한 번도 집권에 실패한 적이 없던 여당이 연말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풀이다. 신한국당의 비자금 폭로로 정정(政情)이 불안해져 증시 붕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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