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법정관리]금융계에 『A급 不實태풍』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16분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자동차를 법정관리하기로 방침을 굳힘에 따라 금융계에 「A급 부실(不實)태풍」이 휘몰아칠 조짐이다. 기아그룹에 여신을 많이 해준 금융기관들은 △원금이 장기간 묶이고 △이자수입이 감소하는데다 △대손충당금 의무적립액이 급증하는 등 「삼각파도」에 휩쓸릴 전망이다. ▼법정관리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법정관리로 가면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는 조건은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이 되는 게 보통.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10조원에 이르는 대출원금을 최소한 5년 이상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또 법정관리하에서는 담보있는 채권은 연 6.5%, 담보없는 채권은 연 4.0%의 이자만을 받게 된다. 금융기관들이 돈을 마련하는 금리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므로 금융기관들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이와 함께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돼있는 대손충당금도 약 3조원으로 추정돼 금융기관들의 연말 결산에서 무더기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 ▼금융시장 충격 △콜시장〓27일 금융기관끼리 거래하는 콜자금의 금리는 연 14.60%로 전날보다 0.19%포인트 올라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8.84포인트 떨어진 629.42를 기록, 630선마저 무너졌다. △채권시장〓토요일이어서 거래가 거의 없었던 채권금리는 전날 수준. 대우증권 마득락(馬得樂)채권팀 차장은 『금융기관 부실 우려 때문에 다음주 채권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금융기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완화시켜 주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이날 개장하지 않았다. 외환전문가들은 해외자금 차입난 심화로 앞으로 환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의 한 관계자는 『적자를 내는 금융기관들은 해외자금 차입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며 한국계 금융기관 전체의 조달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금융기관들의 여신액과 담보부족액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천광암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