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은 부도유예협약기간이 끝나는 이달말 김선홍(金善弘)회장을 일단 퇴진시킨 뒤 재추대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발매될 신동아 10월호에 따르면 기아그룹 경영혁신기획단이 지난달 8,11일 작성한 「기아회생전략보고서Ⅰ,Ⅱ」에는 김회장이 29일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일단 물러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 뒤 김회장의 사퇴에 반대하는 임직원들이 연명서를 제출, 그를 회장으로 재추대한다는 것. 이어 12월 31일에는 김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후계체제를 구축한다는 일정이다.
기아는 김회장에 대한 정부와 채권금융단의 사퇴압력을 피하고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김회장 자택에서 대국민선언 형식의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퇴진 등) 결정사항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로 미루어 기아는 앞으로도 김회장체제를 고수, 정부 및 채권금융단과 마찰이 계속 돼 기아사태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기아보고서는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해외투자지역의 국가원수를 최고경영진(김회장)이 면담해 국내 여론을 집약시켜야 한다」고 언급해놓고 있어 최근 김회장의 잇따른 해외출장이 김회장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김회장의 거취가 기아처리의 걸림돌로 작용해왔으나 당사자인 김회장은 경영권 유지여부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현 경영진은 기아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만큼 자신들만이 기아 회생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고집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