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상승 안막나 못막나]일부,『방어능력 상실』추측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단기 저지선인 9백5원선을 넘어 상승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외환당국은 시장에 강력한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외환 딜러들은 『외환당국이 최근에는 장중(場中)환율이 가장 높게 치솟았을 때 한 번, 마감직전에 한 번 소규모로 달러를 풀어 급격한 상승을 막을 뿐 환율상승세를 완전히 꺾을 수 있는 본격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또 지난주 초에는 물량 개입 대신 외환 딜러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러매입을 자제토록 당부하거나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매각을 유도하기도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이 보유외환만으로 환율을 적정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환율방어선이 9백5원에서 9백10원으로 후퇴했다는 해석도 있다. 즉 환율 오름세를 완전히 꺾기 위해서는 외환당국이 10억∼20억달러 이상 풀어야 하는데 이 경우 외환보유고가 3백억달러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이응백(李應白)외환시장과장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은 환율이 적정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외환당국이 환율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정경제원의 한 관계자도 『그날 그날의 외환수급사정을 감안, 부족분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더 이상 개입하게 되면 시장조작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이치은행의 한 딜러는 『부족한 달러를 외환당국이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일본계 은행들의 외화자금회수 등으로 이달말 외환시장이 본격적인 위기를 맞을 것에 대비, 외환당국이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광암·이용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