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합대책 준비]「韓銀 특융」 수위조절 고심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정부는 자금시장 안정과 기아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 발표 이틀전인 23일 오후까지도 주요 사안들에 대한 지원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중이다. 정부가 대책 발표시점을 당초 27, 28일경으로 잡았다가 25일로 앞당긴 것은 미국 신용평가기관 S&P의 제일은행에 대한 평가가 9월초로 임박했기 때문. S&P는 정부의 「어떤 결정적 조치」가 없으면 제일은행의 신용평가를 장기채권발행이 불가능한 「BB+」로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 제일은행에 대한 특별융자 실시여부 등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23일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姜慶植(강경식)부총리 金仁浩(김인호)대통령경제수석 林昌烈(임창열)통상산업부장관 李經植(이경식)한국은행총재 등의 24일 회동에서 막판 조율될 전망이다. ▼제일은행 지원〓당국자들 간에 가장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한은 특융. 재정경제원 내부에서는 「광범위한 특융이 불가피하다」는 쪽과 「일개 은행에 대한 특융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국민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이며 다른 은행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쪽이 갈려 있다. 한국은행은 불가피하게 지원해야 한다면 특융의 규모와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특융을 비롯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S&P측이 한은 특융을 제일은행 신용등급 조정유보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특융 실시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밖에 부실채권정리기구의 정리기금을 최소한 3조원 이상 확보, 앞으로 5년동안 15조원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는 대책과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를 조달할 때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정부가 보증을 서 주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 지원〓姜萬洙(강만수)재경원차관은 『종금사의 건의사항을 정부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적극 지원」의 뜻을 23일 밝혔다. 그러나 민간 기업인 종금사를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렵고 간접적인 방식의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 외화차입 길이 거의 막힌 지방의 9개 전환종금사를 중심으로 한은의 외환보유고나 산업은행의 단기외화차입분을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서울소재 전환종금사에 대해서는 기업어음(CP) 중개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원화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기아 대책〓정부는 金善弘(김선홍)회장 등 현 경영진의 무조건적인 사임서와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채권단의 입장을 지지한다는데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상황에서 기아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협력업체에 대한 어음할인 확대를 위한 총액대출 등 자금지원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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