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金善弘(김선홍)기아그룹회장의 퇴진 문제를 놓고 기아 경영진 내부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15일 관계당국과 기아그룹에 따르면 김회장은 정부의 기아 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었으나 일부 경영진과 노조의 강한 반대로 사퇴의사 표명을 당분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당초 15일에 대국민 담화문 형식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퇴서를 채권단에 제출하되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말까지 경영을 맡고 그 이후에 물러나는 방안을 채권단과 정부 등에 제시하는 내용.
그러나 이 그룹 사장단은 14일 저녁 김회장 집무실에서 김회장으로부터 조건부 퇴진 결심을 듣고 사의 표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일제히 설득했다는 것.
기아의 한 관계자는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 대표가 다녀간 것 말고는 기존의 상황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가시적인 지원조치가 나오기 전에 김회장이 사퇴 입장을 표명하면 정부와 채권단에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김회장의 입장 표명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宋炳南(송병남)기아그룹 경영혁신기획단 사장은 14일 밤 기자들에게 『김회장이 조건부로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김회장은 林昌烈(임창열)통상산업부장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인사가 밝힌 사실을 일축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호주를 방문중인 임장관은 15일 『지난 9일 김회장을 만나 기아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송사장이 일부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편 기아가 이처럼 강수를 두고 있는데 대해 업계에서는 『여당의 중재와 정부 및 채권단의 기아해결 움직임에 비해 너무 무성의한 모습이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이·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