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정부가 기아 도울 방법 없다』

  • 입력 1997년 8월 15일 08시 48분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 대표가 14일 기아자동차 소하동공장을 방문, 정상화 지원 입장을 밝히자 기아그룹은 정부와 채권금융단의 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고무된 분위기를 나타냈다. 그러나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金仁浩(김인호)대통령경제수석은 기아사태를 「경제논리」로 풀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일단 고수했다. 한편 채권단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입장표명을 미루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아그룹〓그동안 정부와 채권은행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온 기아에는 이대표의 방문과 지원약속이 구세주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金善弘(김선홍)회장은 이대표 연설 직전에 직원들에게 『우리는 1개월간의 암울한 시간을 지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대표가 우리의 어두운 날을 반드시 밝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이대표의 기아 지원에 제동을 걸 것을 우려하는 한편 이대표와 신한국당이 선거를 목전에 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의 제동에 개의치 않고 기아를 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강부총리는 이대표의 기아 방문 직후인 이날 오후 5시반경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대표가 오늘 기아를 지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를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부총리는 당이 기아 지원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기아문제는 경제논리로 풀 수밖에 없으며 설령 정치적 고려를 한다고 해도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정부가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부총리는 『기아그룹이 28개 계열사 중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기아자동차는 살리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고 정부는 이를 지지한다』며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할 때 경영권포기각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제일은행 등 기아그룹 채권단은 추가자금지원을 위해서는 김회장 등 경영진의 사직서와 인원감축에 대한 노조동의서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 은행 관계자들은 『이대표가 기아그룹에 찾아가 지원약속을 했다고 해서 채권단이 척척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특히 제일은행의 경우 「자기 코가 석자」여서 기아를 대폭 지원할 여력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채권단 10개 은행장들이 「자구계획점검단」을 기아자동차에 보내기로 한 것은 △추후 자금지원을 하기로 선회할 명분을 만들 수도 있고 △기아자동차의 자금 흐름을 감시하기도 하는 양면적인 성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희상·임규진·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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