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아프리카 배낭여행 쌍용그룹 손호찬씨

  • 입력 1997년 8월 11일 08시 10분


하루종일 컴퓨터 단말기를 마주하는 건조한 삶속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야생의 대지,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 살아 움직이는 자연…. 쌍용그룹의 전자홍보를 담당하는 손호찬(32)씨. 이번 여름휴가때 하고 많은 여행지중 굳이 동부 아프리카를 선택, 보름간 혼자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문명에 묻혀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곳에는 60, 70년대 순수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그곳에서 닥치는 대로 사람을 만났다. 탄자니아의 어느 시장에서, 나이로비 공항로비에서, 야생동물이 뛰노는 초원지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서너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동부 아프리카는 영어권보다 영어가 잘 통했다. 현지인의 영어발음이 명확해서 알아듣기도 쉽고 말하는 사람이 좀 틀려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평생 한번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도 얘기를 나눠보니 뭔가 통하는게 있었어요. 쫓기듯 살던 제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내친김에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궁리도 해봤다. 아프리카는 일손이 남아돌아 인건비가 싸고 소자본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새벽의 땅」이라는 결론이었다. 현지 교민으로부터 『2천만∼3천만원만 있으면 자동차정비소를 차리면 유망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언젠가 좁은 한국땅을 떠나 자유롭게 살겠다는 꿈을 가진 그는 아프리카를 장래 거주지 1순위로 올려놓았다. PC통신에서 기업홍보를 담당하며 해외 네티즌과도 자주 접하는 그는 입사5년에 불과하지만 그사이 미국 유럽 등 15개국이나 여행했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비용 2백50만원도 5년전부터 용돈을 조금씩 모아 준비했다. 『가능하면 많은 삶을 접하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히고 싶다』는 그는 이번 여행에서 남긴 두꺼운 수첩 한권의 메모와 사진 3백여장을 조만간 PC통신 동호회 등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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