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요즘]불합리한 규제에 대항 경기화학 권회섭사장

  • 입력 1997년 8월 11일 08시 10분


「위헌 확인소송 4건 제출, 1건 각하 3건은 진행중」. 「공해물질 측정방법과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승소」. 경기화학 權會燮(권회섭·48)사장의 「투쟁 경력」이다. 행정쇄신위원회 등에 제안하는 「온건한」 방법도 적극 구사한다. 지금까지 모두 15건을 행쇄위에 제안, 4건을 해결했다. 신문에 칼럼도 쓴다. 칼럼에서 못다한 얘기는 신문 광고면을 사서 싣는다. 그는 지난 5월 金應漢(김응한)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경제자유찾기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든 활동의 지향점은 최근 그가 펴낸 책의 제목에 함축돼 있다. 「침팬지가 대통령이 되어도 잘사는 나라」. 진입 및 퇴출장벽을 없애 「가장 잘하는 자」에게 맡기면 된다는 얘기다. 진입 및 퇴출장벽을 들어내면 시장의 효율적인 피드백기능에 따라 경제에 활력이 붙는다는 것. 남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다보면 정작 자신의 회사는 엉망이지 않을까. 그러나 경기화학의 주가는 지난 6개월 새 3배가 뛰었다. 3년 연속 적자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엔 15% 늘어난 1천3백억원 매출에 40억원의 이익이 날 전망. 『회사를 15개의 자회사와 3개의 사업본부, 2개의 사업부 등 22개로 나눠 운영한 성과입니다』 인사 회계 판매 등 부서는 본사에 두되 생산라인이나 가공공정의 일부를 떼어내 생산성을 높였다. 올해초 분리한 6개 자회사는 원가를 20% 줄였고 일부는 상반기 특별상여금을 받았다. 분사(分社)와 함께 지난해 현장직까지 연봉제를 확대했다. 그가 우리 경제에 내린 처방처럼 일의 성과가 스스로에게 피드백되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물론 노조는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 등을 들어 분사와 연봉제에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나 이제 노조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두 사람만 남았다. 울산의 개인부두를 상용부두로 전환한 것도 흑자전환에 도움이 됐다. 경기화학은 1백억원을 투자, 지난 91년 부두를 완공했다. 개인부두에서는 돈을 받고 다른 업체의 짐을 하역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알지 못한 채.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결정, 집행된 투자였다. 부두는 처리 능력의 15%만 활용됐고 투자에 따른 부채 부담이 누적됐다. 그는 개인부두도 다른 업체의 짐을 처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행쇄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권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학위까지 마친 뒤 전공을 바꿔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받았다. 대학 학과 선택도, 경영학을 공부한 것도 부친의 기업을 맡아 꾸리는데 초석이 됐다. 『전공 덕에 연구개발이나 신규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대해 빨리 판단하고 남보다 앞서 방향을 잡습니다』 경기화학은 비료 등 1백여가지 품목을 만든다. 비료만 2위고 나머지 품목은 전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백우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