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은 기아그룹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어음할인 상황 점검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독려하기로 했다.
李秀烋(이수휴)은행감독원장은 21일 오전 제일은행 등 11개 은행장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기아 협력업체들이 받은 기아어음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원장은 특히 기아 협력업체가 가지고 있는 기아어음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금융기관들이 협력업체에 이를 되사가도록 요구하지 않고 일반대출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어음으로 대체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원장은 『한보철강이 부도났을 때는 금융기관들이 협력업체의 어음 할인 등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해 놓고도 이행이 잘 되지 않았다』면서 은행장들이 창구의 어음할인 상황을 직접 챙겨보도록 요청했다.
한편 11개 은행장들은 이날 모임이 끝난 직후 별도 모임을 갖고 기아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그러나 기아그룹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
柳時烈(유시열)제일은행장은 『기아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문제는 기아그룹이 자구계획서 등을 제출한 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 만기어음 대출전환:은행 노골적 담보요구-대출거부… 실효 의문 ▼
정부가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의 어음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기관들을 독려하고 있고 금융권도 이같은 원칙에 찬성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채권금융기관들이 할인어음의 일반대출 전환 등을 통해 한보철강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기로 자체 결정해놓고 실제로는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던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후 금융기관들은 할인어음을 일반대출로 전환해주는 과정에서 담보를 요구하거나 노골적으로 대출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은행감독원도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전적으로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협조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은감원의 한 관계자는 『창구의 어음할인 상황을 점검하는 것 외에는 금융기관들의 협력업체 지원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들이 기아 협력업체들과의 어음거래를 기피하는데 대한 제재수단도 전혀 없다는 것.
은감원은 다만 한보사태와는 달리 기아그룹은 아직 부도를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자금 거래를 회피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아그룹이 부도유예 대상으로 결정된 직후부터 일부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아직 본점의 지침을 받지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기아그룹이 발행한 어음 할인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아그룹의 정상화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협력업체 지원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자체 신용이 좋은 협력업체는 자금지원을 받기가 어렵지 않겠지만 자체 신용이 나쁜 협력업체는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을 못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