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한보인수」 신경전 비화

  • 입력 1997년 7월 8일 20시 11분


한보철강 제삼자 인수문제가 재계의 쌍벽인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신경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7일 한보철강 1차공개입찰등록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사로 꼽히던 현대그룹마저 불참해 입찰이 자동유찰되자 삼성그룹이 『한보 인수 용의가 있다』고 나서면서 두그룹 사이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현대측은 『한보철강이 다른 업체에 값싸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삼성이 인수의사도 없으면서 「바람」을 잡고 있다』고 불쾌해하면서 삼성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는 지금까지 한보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되 고로(高爐)제철사업과 연계해 인수를 검토한다는 느긋한 입장을 보였지만 삼성이 인수의사를 밝힘에 따라 갑자기 의사를 분명히해야 할 처지가 됐다. 현대는 또 한보입찰 불참의 원인이 그룹 내분 때문이라는 소문에 대해 『삼성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며 흥분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측이 작성한 자동차산업구조조정 보고서 파문 당시 鄭夢奎(정몽규)현대자동차회장이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자체를 문제삼는 강경발언을 한 데 대해 삼성이 「앙심」을 품고 현대의 제철사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 한편 삼성측은 8일 『현대는 한보에 뜻은 있지만 그룹 경영진의 내분으로 그룹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가 나서지 않을 경우 인수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 그룹은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계열사 철강수요가 2백만t이나 되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삼성중공업의 실무작업팀이 한보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의 한보인수 의사를 현대 제철사업에 대한 방해공작으로 보면 곤란하다. 한보인수는 지난번 구조개편 보고서 파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이 현대를 인수협상으로 끌어내 제 값을 치르게 하려는 제스처일 것』이라며 『자칫 지난 89년 현대가 한국중공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입찰에 끼여들어 인수 자체가 무산된 것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