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의 적용으로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모면한 대농그룹이 지난해 말 국내 모 대그룹에 미도파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인수를 은밀히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요청를 받은 이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20일 『지난 연말 대농측이 미도파를 제외한 계열사들을 인수해줄 것을 비공개리에 요청하면서 대농그룹의 전반적인 사업현황 및 재무자료를 건네왔다』고 밝히고 『자료를 토대로 검토해본 결과 미도파 외엔 인수할만한 기업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제의를 거절한 배경에 대해 △대농의 주력기업인 ㈜대농의 사업구조가 경쟁력이 취약한 섬유 의류부문에 집중돼 있어 인수할 경우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는 대대적인 시설교체가 필요한데다 △그룹의 자기자본 비율이 8% 미만이었던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대농측이 보유한 청주공장 반월공장 관악골프장 등 66만평의 부동산이 8백억원 정도의 자산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으나 각종 세금과 부채를 감안할 경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농이 지난 91년 상장된 이후 섬유경기가 악화되는 데도 매년 경상이익을 낸 것으로 발표해 재고자산을 과대평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축적한 가공자산이 회사내에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고 덧붙였다.
㈜대농은 지난 93∼95년 매년 50억∼60억원대의 경상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3천1백억원이란 막대한 규모의 경상적자를 냈으며 지난 연말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보다 한단계 낮은 「한정」의견을 받았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