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방비 미도파 최후카드로 BW발행

  • 입력 1997년 2월 26일 20시 15분


[정경준기자] 정체불명의 합병인수(M&A)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미도파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겠다고 신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도파는 28일 4백억원 규모의 BW를 직접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겠다고 25일 증권당국에 신고했다. 이 BW에 대한 인수업무는 미도파가 직접 맡기로 했으며 인수자는 다음달 15일부터 주당 2만9천8백99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약 및 납입은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상계동 미도파 재경부에서 선착순으로 이뤄지며 개인은 1인당 1억원까지만 청약할 수 있으나 법인은 한도제한이 없다. 미도파가 공식적으로 밝힌 BW발행목적은 자금조달. 대농그룹의 한 임원은 『M&A설이 나돌면서 운영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며 『증권사 물량조정을 받지 않는 직접공모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M&A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BW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도파는 지난 6일 법원결정에 의해 사모(私募)전환사채 및 사모BW 발행이 금지돼 M&A에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 따라서 각종 규제를 피하면서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낸 결과가 직접 인수자를 고를 수 있는 직접공모방식의 BW라는 것이다. 직접공모를 이용하면 증권사 각 지점을 통한 간접방식과는 달리 특정장소에서 선착순 청약을 받을 수 있으므로 우호세력이 BW를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도파 우호세력이 4백억원 규모의 BW를 전액 인수,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면 미도파주식 1백33만7천8백여주(전체주식의 8.27%)가 새로 발행돼 미도파측 지분은 38.41%로 높아진다. 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청약과정을 통해 M&A세력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설명. 미도파 주식은 그동안 외국인들과 성원그룹 계열사에 의해 집중 매집됐으나 당사자들은 『단순한 투자목적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 미도파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미도파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영권장악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청약장소에 나타날 것』이라며 『「적군」의 실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M&A세력이 설사 청약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BW발행 자체에 대해 무효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조만간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도파가 발행한 BW가 신주로 교환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게 되므로 일반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미도파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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