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 기자] 「行長之事 塞翁之馬(행장지사 새옹지마)」.
한보대출과 관련, 구속됐거나 조사를 받았던 은행장들 중에는 가만히 있었으면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행장자리를 강력 희망했다가 불운을 당하게 된 경우가 여럿 있다.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은 지난해 5월 李喆洙(이철수)행장이 효산대출비리와 관련, 구속된뒤 우여곡절끝에 행장에 올랐으나 전임자의 잔여임기도 못채우고 구속되는 불운을 당했다.
이행장 구속 당시 전무였던 신행장은 비어있는 행장자리를 희망했다.그러나 주무감독기관인 은행감독원은 『대출비리 책임은 구속된 이행장은 물론 임원들도 함께 져야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金容鎭(김용진) 당시 은감원장은 이미 경제부총리 경제수석 등과 이같은 의견조율을 마쳤던 상태.
그러나 PK출신인 신행장은 정계 요로에 손을 써 금융당국의 입장을 무력화시킨 뒤 행장추천위원회에서 행장으로 선출됐다.
신행장은 그러나 행장취임이후 사석에서 『행장이 되니 밤에 잠이 안올 정도로 책임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고 최근 한보사태가 터진 뒤에는 『행장을 그만두고 싶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전임 이행장이 저질러놓은 한보사태에 말려들면서 4억원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중도하차하게 됐다. 일부 은행인들은 『행내의 신망이 두터운 그가 작년 감독기관의 뜻에 따라 계속 전무자리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이번에 은행안팎의 기대속에 행장에 취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행장과 함께 구속된 우찬목 조흥은행장은 평소에 『나는 가장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조흥은행이 오는 19일로 금융사의 새장을 여는 창립 1백주년을 맞는데다 현재 리딩뱅크(선도은행)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있는 시점에서 행장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
우행장은 합리적이고 실무능력이 뛰어나 전임 李鍾衍(이종연)행장이 차기행장감으로 찍어서 선배들을 제치고 전격적으로 전무로 발탁했던 인물. 우행장은 이행장이 3연임에 도전했다가 실패하자 지난 95년 행장에 올라 창립 1백주년행사 준비를 해오다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겪었다.
검찰조사를 받고 풀려난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는 총리행정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중 지난 94년말 차관급인사 때 가스공사사장으로 내정됐으나 본인의 강력한 희망으로 산업은행총재로 자리를 바꿨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지난 95년 李炯九(이형구)전 총재(당시 노동부장관)가 재직중 수뢰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이번에는 본인이 한보대출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대상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