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鎔宰 기자] 인사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물방울 넥타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전화통이 부서져라 끊고는 부장앞으로 달려간다. 어느틈에 마징가 제트로 변신한 그는 부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한다.
『인사고과에 A,B,C,D는 있어도 Z가 어디 있습니까』
코오롱상사 자원팀의 洪允杓(홍윤표·30)대리가 지난해 11월부터 그룹통합전산망인 「ACE」에 올린 만화 20여편중 「인사고과」편의 한장면이다.
통신망에 연재하기 전까지 만화의 독자는 가족이나 같은 부서 동료들뿐이었으나 홍대리의 작품에 「감동」받은 동료가 스캐너로 작품을 읽어들여 전산망에 올리는 아이디어를 냈다.
홍대리의 작품은 네트워크를 통해 지방사업장에서도 볼 수 있어 한편당 조회수가 5백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여직원들로부터 30여통에 이르는 팬레터 메일을 받았을 정도.
만화속에서는 출퇴근 점심시간 낮잠 등 일상의 고달픔이나 인사고과 명예퇴직 등 회사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이 홍대리의 펜을 거쳐 풍자된다.
만화의 주인공은 젊은 사원.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즐겨매고 반골기질이 강하며 매우 게으른 캐릭터로 젊은 직원들의 대변자.
주인공의 상대역 「부장님」은 게으른 부하직원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회사생활이 피곤해진 중간간부.
홍대리는 『회사생활중 어쩔수 없이 받는 스트레스를 웃음을 통해 해소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퇴근후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데 요즘은 그릴 거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화공과를 졸업한 홍대리는 대학시절 학보에 시사만화를 그리면서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홍대리는 올해 동아일보가 공모하는 「동아―LG국제만화대상」에도 작품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