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熙城·黃在成기자] 한보부도사태 이후 건설업이 주력인 그룹과 최근들어 급성장한 몇몇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악성루머가 증권가와 서울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나도는 바람에 해당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상기업들은 청구 거평 나산 신호 등. 이들은 한보 부도 이후 「현정권들어 급성장한 기업들은 정권말기에 부도가 나는 등 어려워질 것이다」 「한보 다음은 기업이다」 「△△기업은 정치자금을 이용, 기업을 확장했다」는 등의 근거없는 악성루머가 나돌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식값은 한보부도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30일 현재까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이들과 함께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J사 S사 등은 소문으로 인해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은 물론 명동사채시장에서조차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D종금의 한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자금조달에 별 문제가 없던 몇몇 기업들이 한보부도 이후 유포된 악성소문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어려워졌다』며 『사채업자들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자금까지 회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구 거평 나산 신호 등 상장사들은 지난 30일 일제히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자금악화설을 공식 부인하는 한편 경영실태를 일반주주들에게 공개, 오해를 불식시키기로 결정했다.
▼청구 『자금사정 넉넉』▼
청구는 또 이날 주가부양을 위해 조만간 1백억원규모의 자사주펀드(주가관리를 위해 투자신탁사에 맡긴 자금)에 가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백50억원의 경상이익을 내고 여유자금 2백억원 이상을 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 예치해 둔 상황에서 이같은 소문은 어불성설』이라며 『직원들에게 200%의 설상여금을 지급키로 하는 등 자금사정이 어느 때보다 좋다』고 주장했다.
▼거평그룹 『사실무근』공시▼
거평그룹도 30일 오후 崔孝昺(최효병)대한중석부사장과 廉東一(염동일)㈜거평 사장의 명의로 「자금악화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거평 관계자는 『최근 며칠동안 문의전화를 받느라 본사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급성장하는 기업으로서 겪어야 할 일인지는 모르지만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같은 악성루머는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산 『작년매출 34%늘어』▼
나산도 이날 공개한 영업실적자료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이 95년보다 33.7% 늘어난 3천4백억원, 경상이익 3백90억원, 당기순이익 2백53억원에 이르러 올해 여건이 작년보다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도설을 강력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