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會平 기자] 경기하강국면에 나타나는 경제전반의 위축된 모습이 지표상으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실업에 공장가동률 급락, 그리고 투자심리와 소비가 급속히 움츠러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기준으로 실업자는 모두 47만9천명. 1년전의 37만9천명보다 10만명이나 늘었다. 실업률은 따라서 1년사이에 1.8%에서 2.3%로 0.5%포인트 급등했다.
실업자가 이렇게 큰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뭘까, 세부통계를 들여다보면흥미로운대목이발견된다.
우선 고졸자의 실업률이 지난 95년12월의 2.4%에서 3.2%로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는 곧 기업들이 최근들어 신규채용인원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대졸예정자는 통계상 고졸자로 잡힌다.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인원감축이 바로 실업률 증가로 반영된 셈이다.
둘째, 여성들의 실업률이 1.5%에서 2.0%로 역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년사이에 47%에서 48.4%로 늘어난게 주 원인.
權五俸(권오봉)통계청 산업통계2과장은 『최근의 경기침체와 조기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나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집안에 있던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주목되는 것은 공장가동률의 급락이다. 최근 2,3년사이에 가동률이 70%대로 떨어진 것은 노사분규를 겪었던 지난해 6월에 이어 두번째.
전체적으로 생산설비는 늘어났는데도 작년말 노동법개정에 따른 총파업으로 자동차 기계 및 장비업종에서 생산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파업이 없었다면 가동률은 78.5%보다 다소 높은 80.6%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문제는 당분간 70%대의 가동률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설비투자동향을 읽을 수 있는 국내기계수주가 0.6%증가에 그쳤다.
지난 10월에는 15.1%, 11월에는 29.8%나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민간제조업 쪽에서 5.2%나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기계류 수입액도 2.7%가 줄어 기업들이 설비확장에 소극적임을 보여준다.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재고증가는 주춤했다. 특히 재고가 많았던 철강의 수출이 늘었고 자동차의 경우 파업으로 생산이 줄었는데도 세피아 아반떼 등 소형차의 대미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4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도소매판매, 즉 소비는 내핍살림이 계속되면서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예고된 불황의 그림자에 한보부도사태까지 겹쳐 경제회복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