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경제 파장]돈 풀어도 기업엔 도움안될듯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金會平기자] 한보 부도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당국의 통화 확대공급 등은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전반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한보사태의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을 기피하는 분위기여서 지표상으로 나타난 것보다 시중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며 이같은 금융경색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파장은 물가불안과 산업생산 및 출하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며 대외적인 신용도 하락에 따른 수출과 공사수주 차질, 해외자금 차입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시중 실세금리는 금융당국의 자금방출에 힘입어 한보부도 직전과 큰 변화는 없다.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부도가 난 지난 23일 12.02%였다가 다음날 12.08%로 올라갔으나 28일에는 12.02%수준으로 복귀했다. 콜금리는 23일 11.48%에서 28일 12.45%로 상승했으나 이는 부가세납부를 위한 월말 자금수요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 달러화 강세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 29일 기준환율이 달러당 8백57.50원으로 지난 90년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이후 28일까지 모두 3조6천억원을 시중은행에 방출했으며 설을 앞두고 2조∼2조5천억원을 더 풀기로 했다. 이렇게 돈이 풀리는데도 기업들의 돈쓰기는 쉽지 않아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도 봉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몸사린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바짝 죄었기 때문이다. 溫基云(온기운)산업연구원(KIET)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자금사정이 괜찮았는데도 금리가 올랐던 것은 이번 사태에서 보듯 자금배분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보부도가 관련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이같은 「풍요속의 자금난」이 계속되면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청 및 납품업체 등 중소기업의 피해규모는 벌써 5천억원을 넘고있다. 嚴峰成(엄봉성)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조정실장은 『하청업체의 연쇄부도는 전반적인 생산이나 투자, 그리고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금리 오름세를 막고 위축된 은행대출을 정상화하는 등의 금융시장 안정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석처럼 생산과 투자 소비가 위축될 경우 1.4분기(1∼3월) 성장률이 5%를 밑돌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KDI는 올 상반기 성장률을 6.1%선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보사태는 국외에도 영향을 미쳐 대외 신인도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유수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보에 대한 여신규모가 큰 제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을 감시대상 목록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국내 은행이나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쓰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조달비용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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