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엄청난 투자 불구 경영정상화 불투명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뉴욕〓李圭敏특파원]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인수한 미국내 유명브랜드 회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정상화 작업과정을 지켜 보고 있는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을 내 놓는다. 먼저 지난 95년 11월 LG그룹이 인수한 미국 최대의 TV제조회사 제니스의 경우. 3억5천1백만달러를 들여 제니스를 인수한 목적은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고화질TV(HDTV)기술과 미국시장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는 이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인수직후 LG측이 최근 10년간의 제니스회사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어렵게 된 세가지 원인은 △회계관리 부실 △투자부진 △미국내 가전시장의 불황에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LG측은 이들중 내부적인 두가지 요인을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LG는 우선 작년 7월 미국내 전문경영진을 영입해 내부관리를 시작했다. 불필요한 인원을 감축하고 부실채권과 부실재고를 털어 결손처리하는 작업도 벌였다. 결손처리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결손액이 4억달러 이상 발생했지만 이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고 LG측은 설명한다. 이런 과정에서 제니스는 미국 유수의 전화회사들이 컨소시엄으로 만든 아메리캐스트로부터 연간 10억달러규모의 디지털 셋탑 박스(케이블TV장비)를 수주해 매출규모는 꾸준히 유지했다. 제니스사의 주식은 뉴욕증시에서 인수당시의 주당 10달러보다 오른 12달러수준(1월21일 현재)을 유지하고 있어 LG그룹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점도 만만치 않게 많다. 우선 누적 적자액이 작년 9월 현재 1억8천만달러에 달하는데다 앞으로 요구되는 시설투자비만도 3억∼4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울 본사에서 파견된 趙淇松(조기송)상무는 『제니스처럼 덩치 큰 회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불과 1년2개월만에 판단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삼성이 인수한 세계 10위권의 컴퓨터회사인 AST. 이 회사는 주가가 지난 95년 7월 인수당시의 22달러에서 현재는 4달러선으로 내려앉아 경영정상화 작업이 어려운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4억달러에 인수했고 3억7천만달러가 지원됐으며 올 4월까지 약 2억달러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어 한때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측은 직할경영이 시작된 작년 6월이후 적자의 고삐를 잡는데 성공해 작년 4.4분기(10∼12월)에는 적자폭이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품질관리를 강화한 이후 반품률이 36%이상 개선됐고 25%이상의 원가절감도 이뤘다는 것이 삼성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처음으로 경영이 흑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아직도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요구되고 있어 삼성측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세계굴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버(HDD)제조업체인 맥스터. 지난 93년 9월 현대가 1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이 회사는 그해 2억5천7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후 작년말까지 거의 매년 1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측은 배수진을 치기 위해 95년 1월 2억4천만달러를 들여 주식을 100% 인수하고 증권시장에서 상장을 해제해 주주들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작년에는 IBM출신 사장을 영입해 내부관리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친 혁신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측은 올 하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액이 큰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국내 정상급의 재벌기업들이 이처럼 미국내 투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투자분석회사 메릴 린치의 제임스 린 부사장은 『이들 세 회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채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평가를 유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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