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삼성 분리 가능할까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李英伊 기자」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에서 완전분리될 것인가. 16일 삼성그룹은 『중앙일보를 삼성에서 분리시키겠다는 당초 약속대로 연말까지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삼성그룹이 지난 94년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면서 전문업종과 관계없는 중앙일보를 그룹에서 분리시키겠다고 약속한 이후 2년만에 취해지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1단계 조치로 먼저 현재 중앙일보 소액주주인 洪錫炫(홍석현·李健熙·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처남)중앙일보 사장을 최대주주가 되도록 함으로써 분리단계를 밟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는 지난달말 자본금 1백억원에서 30억원을 증자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중 78%를 홍사장이 집중매입, 홍사장의 지분이 0.58%에서 18.44%까지 높아졌다. 반면 최대주주였던 이회장 지분은 26.4%에서 20.3%로 낮아졌으며 홍사장은 연말까지 소액주주의 주식을 추가매입, 21.57%까지 지분을 높여 개인으론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그룹측은 이와 관련, 『장기적으로 홍사장은 자금여력이 되는대로 이회장의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며 『이회장의 중앙일보 주식은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조건인 3%미만으로 낮춰 중앙일보에서 완전히 손을 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홍사장이 대주주(지분율 36%)로 있는 ㈜보광이 삼성코닝 주식의 37%를 소유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은 이를 단계적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대로라면 삼성그룹은 홍사장측에 중앙일보와 보광을 떼어주고 홍사장측이 갖고 있던 삼성코닝 지분을 되찾아옴으로써 계열분리를 완성한다는 포석. 그러나 삼성그룹의 중앙일보 분리에 대해 『처남 매부지간에 주고 받는 것일 뿐 결국 삼성 울타리안에 남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번 분리계획은 제삼자가 아닌 가족이나 다름없는 처남에게 넘겨줌으로써 법적인 요건만 갖췄을뿐 사실상의 「특수관계」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보광의 경우도 법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사실상의 계열사관계」가 드러나 최근 계열사에 편입된 바 있다. 또 무가지공세 경품공세 등으로 「재벌언론」으로 지탄받던 중앙일보가 계열사의 광고 및 자금지원 등 그룹으로부터의 자금줄을 끊고 공정한 경쟁을 벌이겠느냐는 것이 이번 조치에 맞춰진 초점이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측은 『중앙일보는 앞으로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그룹에서 완전 분리돼 독립적인 경영으로 다른 언론과 자유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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