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이지현 작가
‘화성 연쇄살인’ 배경… 범인 밝혀진 이후 조명
박 감독 “판타지보단 현실 반영하고 싶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허수아비’의 박준우 감독(오른쪽)과 이지현 작가. 두 사람은 “드라마가 ‘사이다물’이 아닌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범죄 실화를 모티브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26일 12화로 종영한 ENA 채널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의 박준우 감독은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춘재라는 연쇄살인마 때문에 피해 입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허수아비’는 오랫동안 미제로 남아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악연으로 얽힌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검사 차시영(이희준)이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 같은 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달리 사건이 벌어지는 과거와 범인이 밝혀진 현재, 30년 사이를 오가는 전개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연쇄살인뿐 아니라 사건 이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드라마 최종화의 시청률은 8.1%(닐슨코리아 전국). 박 감독은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이지현 작가는 “처음에는 실화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워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이 작가와 박 감독은 ‘모범택시’ 시즌1에서 손발을 맞췄던 사이. 하지만 ‘허수아비’는 제작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 뻔한 드라마였다. 박 감독은 “처음 기획한 5년 전부터 방송 편성을 받으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라 거절을 많이 당했다”고 회고했다.
작품을 처음 구상하게 된 건 ‘모범택시’ 시즌1을 찍을 당시다. 박 감독은 이춘재의 화성 8차 사건 모방범으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 그리고 이춘재의 피해자이지만 경찰이 시신을 숨겨 실종으로 처리됐던 고(故) 김현정 양의 아버지 고 김용복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짧은 다큐로 만들다가 정부가 저지른 범죄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모범택시’를 만든 뒤 ‘현실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는데, 판타지를 주면서 이용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그것도 맞다고 생각해서 좀 더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허수아비’는 시원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의 반대편에 있지만, 그 나름대로 또 볼 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허수아비’에서는 ‘사이다’식 전개나 악을 응징하는 결말을 피하고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
“방송사와 스튜디오에서는 ‘제발 사이다로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저나 이 작가님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현실은 사이다처럼 어떤 응징이 된 적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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