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간된 조훈희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사진)의 ‘부린 왕자’(오아시스)는 생텍쥐페리의 소설을 빌려 부동산 시장을 풍자한 우화다. ‘부린이’는 부동산과 어린이를 합친 부동산 초보를 일컫는 신조어. 조 교수는 19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면서도 ‘어린 왕자’처럼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아 가는 과정을 같이 걸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썼다”고 했다.
‘부린 왕자’에서 왕자는 정치인·유튜버·개발업자·컨설팅업자를 조우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풀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답은 어디에도 없다. 조 교수는 “부린 왕자는 물론 등장인물까지 모두 실제 우리 모습”이라며 “부동산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는데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란 생각으로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한국 사회가 만든 강박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부린 왕자는 결혼을 앞두고 ‘서울 10년 이하 신축, 국평,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를 조건으로 건다. 조 교수는 “편향된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신혼부부조차도 ‘그거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며 시작조차 못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메시지는 여우 대신 등장하는 ‘길냥이’의 말에 담겼다. “길들인다는 건 사람들이 잊고 있는 일이에요.” 자신에게 맞는 부동산은 스스로 공부해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만날 때 MBTI를 두고 좋고 나쁨을 가르지 않잖아요. 부동산마다 다 자기 역할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분법으로만 봐요. 내 집을 찾는 과정은 사실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부린 왕자는 행복해졌을까. 왕자는 컨설팅업자에게 맹지를 떠안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부동산 박사는 왕자가 처음 그려 달라고 했던 ‘상자’ 속 집에서 잘 살고 있을지 떠올린다. 남에겐 보이지 않는, 자기만 보이는 집이다. 조 교수는 “답을 주지 않고 스스로 묻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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