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데이비스-콜트레인-에번스
재즈 뮤지션 3인의 음악 인생 다뤄
◇블루의 세 가지 빛깔/제임스 캐플런 지음·김재성 옮김/660쪽·4만2000원·에포크
1959년 3월 2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 레코드의 30번가 스튜디오에선 재즈 역사, 아니 음악 역사로 봐도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다. 재즈 명반을 꼽을 때 언제나 1, 2위를 다투는 앨범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가 이날 녹음됐다. 이날 스튜디오엔 앨범을 만든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해 존 콜트레인과 빌 에번스 등 훗날 ‘거장’으로 불린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미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날 합을 맞췄던 이 뮤지션들에게 주목했다. 3명의 인생을 따라가며, 흑인 음악으로 시작해 1950년대 절정에 다다른 미 재즈의 황금기를 생생히 포착해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데이비스는 ‘유색인 귀족’이라 불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른 흑인 뮤지션들과 달리, 일찍이 레슨을 받았으며 줄리아드 음악원에도 입학했다. 그는 쿨한 태도와 대중적인 음악성으로 업계에선 “스타 잠재력을 갖춘 뮤지션”으로 꼽혔다. 하지만 기존 재즈의 정형화된 코드 진행에 저항했고, 1960년대부터 재즈와 록의 융합 등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재즈의 장르를 확장시킨 ‘쿨 재즈’ ‘퓨전 재즈’가 탄생했다.
콜트레인은 데이비스 등의 사이드맨으로 시작했던 색소포니스트였다. 하지만 끝없이 연습에 매진한 덕에 톱 재즈뮤지션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는 스타가 됐다. 뛰어난 즉흥 연주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색소포니스트로 꼽히는 그의 서정적인 연주는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콜트레인은 영적인 깨달음에 대해 탐색했는데, 그의 연주를 듣는 이들은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에번스는 ‘Kind of Blue’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클래식 교육을 받은 그의 절제된 연주에 영향을 받아, 데이비스는 간결한 모달 재즈(modal jazz·코드 진행 대신 모드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재즈)의 정수를 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에번스는 오랫동안 재즈 뮤지션으로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자신이 ‘진중한 인상의 전형적인 백인’이라는 점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다.
저자는 이들이 만든 ‘Kind of Blue’가 “재즈의 황금기와 이후 추락해가는 시점 사이의 경계선에 정확히 위치해 있다”고 평한다. 전기물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재즈 역사서로서도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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