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웰다잉’ 이전에 고민해야 할 ‘웰에이징’

  • 동아일보

◇사람이 늙는다는 것/구사카베 요 지음·조지현 옮김/280쪽·1만8000원·생각의닻


오래전, 한 지인으로부터 10년 넘게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아들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병시중에 온 가족이 매달리다 보니 경제적·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가족들이 없는 틈에 집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지인은 허탈한 표정으로 “우는 사람은 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밖에 없었다”고 했다.

100세 시대란 말조차 이제는 식상해졌지만, 정말 오래 사는 게 그렇게 좋기만 한 일일까? 의사로서 30년 가까이 초고령 노인들을 돌봐 온 저자가, 작정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겪어야 하는 ‘늙어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책이다.

철마다 비행기 일등석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병원은 건강검진 때만 갈 정도라면 축복이겠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는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100세 시대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말이 아니라, 병마에 시달리면서 100세까지 죽지도 못한 채 고통받을 수 있다는 말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치매에 걸리면 변에서 냄새가 난다는 감각조차 사라진다. 그리고 변이 더럽다는 인식도 사라져서 점토처럼 반죽하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버리기도 한다. 이른바 ‘농변’(弄便·변을 문대거나 가지고 노는 것)으로 치매 간병의 최대 난관으로 불린다.”(제1장 ‘배설, 골치 아픈 필연’에서)

노화는 몸만이 아니라 정신도 무너뜨린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끈기도, 흥미도, 인내심도 사라진다. 쉽게 짜증 내고, 화내고, 고집부린다. 덩달아 걱정과 불안, 의심이 늘면서 잔소리도 많아진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노인의 모습이다.

읽다 보면, ‘늙음’이 ‘죽음’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공포가 아니다. ‘늙음’도 ‘죽음’처럼 피할 수 없기에, 100세 시대를 말하는 지금 ‘어떻게 잘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긴 ‘웰다잉(well-dying)’ 이전에 ‘웰에이징(well-aging)’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인 것 같기는 하다.

#치매#초고령사회#노화#웰에이징#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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