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밀려오는 공포… 한기는 뼛속까지 파고들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스펜스 연극 ‘2시 22분’ 리뷰
신시컴퍼니 신작… 더위사냥 제격
‘이은결’ 자문 거쳐 오싹함 고조

연극 ‘2시 22분’에서 주인공 제니(아이비·왼쪽)와 남편 샘(최영준)이 혼령의 존재 여부를 두고 무신론과 실존주의, 열역학법칙 등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2시 22분’에서 주인공 제니(아이비·왼쪽)와 남편 샘(최영준)이 혼령의 존재 여부를 두고 무신론과 실존주의, 열역학법칙 등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암전된 무대. 디지털 시계의 붉은 숫자만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계는 매일 새벽 악몽처럼 반복되는 ‘그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2시 18분에서 째깍거림을 멈춘다. 마치 롤러코스터의 예고된 강하에 공포를 느끼듯 “혼령의 경고가 점점 가까워지는” 동안 불안과 초조가 밀물처럼 차올랐고, 한기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최근 막이 오른 서스펜스 연극 ‘2시 22분’은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 보내기에 제격이다. 뮤지컬 ‘시카고’, 연극 ‘레드’ 등을 제작한 신시컴퍼니가 5년 만에 선보인 라이선스 연극 신작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돼 이듬해 영국 뮤지컬상 중 하나인 왓츠온스테이지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작 연극’을 비롯해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번역한 스타 번역가 황석희와 김태훈 연출가가 호흡을 맞췄다.

연극은 매일 오전 2시 22분마다 집 안에 울려 퍼지는 주인 없는 발소리에 관해 등장인물 4명이 나누는 열띤 토론이 주축을 이룬다. 초자연적 현상을 두고 각자의 신념과 논리로 관객을 설득하는 대화는 높은 밀도를 유지하되 현학적이지 않아 몰입도를 높였다. 주인공 제니 역은 배우 아이비와 박지연이, 샘 역은 최영준과 김지철이 맡았다. 아이비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공연계에 데뷔한 후 13년 만에 처음 연극에 도전했다. 그는 공포에 사로잡혀 극도로 예민해진 캐릭터를 날 선 말투와 눈빛으로 매끄럽게 소화했다.

크고 작은 소리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관객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파열음부터 모든 소리가 멈춘 데서 오는 적막함이 오싹함을 고조시켰다. 물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 집 안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일들은 마술사 이은결의 자문을 거쳐 구현했다. 9월 2일까지, 6만∼9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스펜스 연극#2시 22분#마술사 이은결 자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