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소설가 ‘기차와 생맥주’
좌충우돌 여행기에 상상력 더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리죠
그걸 안밝히는 게 이 책의 매력”
콜롬비아를 여행하던 소설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휘말린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며 신분증을 보여줬는데, 직원이 내 얼굴이 사진과 전혀 다르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수면 부족과 섭식장애가 겹쳐 살이 10kg 넘게 빠졌다”고 읍소했지만 경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믿지 않았다. “북한에서 왔다”고 농담했다가 철창에 갇힌 신세까지 되는데….
과연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한 여행기일까, 상상으로 자아낸 허구일까. 최근 에세이 ‘기차와 생맥주’(북스톤·사진)를 펴낸 최민석 소설가(45)는 이에 대해 “글쎄요…”라며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25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읽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유머가 가득한 에세이를 쓴 작가답지 않게 꽤나 차분했다.
“글을 읽은 독자들은 절 좌충우돌하는 인물로 상상하는데 막상 만나면 진중하다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글쓰기 교양강의를 하며 A4용지로 60장짜리 교재를 줬더니, 생각보다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이라고 실망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제 실제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운 에세이와 다르다는 거죠.”
‘기차와 생맥주’는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다. 전통적인 방식의 여행 에세이가 있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겪은 일에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도 함께 실렸다. 멕시코에서 우연히 연극에 참여했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는 대사를 주절거려 망신당한 얘기나 이탈리아에서 무전취식을 일삼는 로커와의 동행기는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불분명하다.
최 작가는 소설가 중에서도 에세이를 많이 쓰는 편에 속한다. 2016년 독일 베를린 생활을 담은 ‘베를린 일기’(민음사)부터 최근까지 6년 동안 에세이만 7권을 펴냈다. 유독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린 건 이번이 처음. 과연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다시 한번 꼬치꼬치 캐물어봤다.
“그걸 밝히지 않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하하. 작품 속 ‘나’가 겪은 일이 제 이야기인지 남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게요.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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