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술관 소장 조선시대 묘지, 한국 돌아왔다…첫 사례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0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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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소장하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 18점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기관에서 소장하던 묘지를 한국으로 돌려보내 준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8일 ‘백자청화이기하묘지’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10일 밝혔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돌이나 도판으로, 지석 또는 묘지석이라고도 불린다. 묘지를 통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문중의 경의를 표현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무덤 내부에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것이 중요한 추모 관행의 일부였다. 이 묘지는 조선 후기 훈련대장과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무신 이기하(1646-1718)를 추모하는 기록으로, 가족사에서 정치적 업적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총 18매로 구성된 이 묘지는 백토를 직사각형의 판형으로 성형해 청화 안료로 글씨를 썼다. 판의 우측 단면에는 묘주의 관직 및 이름과 함께 총 매수 중 몇 번째인지 쓰여 있어 이 묘지가 온전한 한 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묘지명 말미의 기록으로 사후 묘지가 제작된 연대(1734)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청화 발색이 선명하며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실태조사에서 이 묘지를 확인했고, 2020년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며 한산 이씨 문중이 원소장자임을 알게 돼 이를 문중에 알렸다.

분실됐던 묘지가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현 한산 이씨 정익공파 문중 대표 이한석씨는 사실 확인과 이후 조치를 위해 미술관과 교신 등 대응을 재단에 위임했다. 미술관은 재단과의 협의를 통해 본래 이기하 묘소에 묻혀있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를 한국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이기하 묘소는 원래 시흥군 향토유적으로 1988년부터 지정 관리되다가 1994년 경기도 이천으로 이장했는데 이때 이한석씨가 묘지를 수습했다. 당시 묘지는 이장한 묘에 함께 묻지 않고 한산 이씨 문중의 원로가 보관하다가 이후 분실됐다.

묘지는 1998년 미술관에 기증됐는데 미술관은 2020년 말 재단을 통해 이한석씨로부터 연락받을 때까지 묘지와 문중이 분실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미술관 관장 윌리엄 그리스워드 박사는 “우리는 한국의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한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재단이 이 사안을 우리에게 알렸을 때 모두가 함께 올바른 결과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미술관에서 한국 소장품을 담당하고 있는 임수아 학예연구사는 “‘백자청화이기하묘지’는 그 역사적 가치와 단정한 글씨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유물”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술관으로부터 묘지를 돌려받은 이한석씨는 현재 이기하 선생의 묘소가 충남에 있는 것을 고려해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산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월부터 박물관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충남 국외소재 문화유산의 조사 및 교류협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귀환하는 이기하 묘지는 4월 초 기증행사와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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