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아버지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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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30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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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끄적거린 일기 또는 편지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 없대요…” 아내가 처음으로 펑펑 운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병상에 아무도 발들이지 못하고 가물가물 꺼져가는 촛불을 나 홀로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심정 무슨 얄궂은 운명이란 말인가’

이 책에 담은 글은 생명의 끝자락 경각간을 달리던 아내를 돌보다 황망하게 떠나보낸 한 남성이 끄적거린 일기다. 문장의 격식이나 멋스러움은 생각하지 않았다. 형식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 노트의 일부분이다.

사회복지사였던 저자의 아내는 한평생 노인과 장애인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행정자치부장관상, 자치단체장 표창, 지역복지단체 감사패를 받았고, 언론에 소개될 만큼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했다.

어느 날 복통으로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말기 진단과 함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배탈이려니…’ 하고 찾은 병원이었다. 병원문을 들어선 그 발걸음이 스스로 내딛는 마지막 보행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투병 3개월 만에 그가 돌보던 이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숨을 거뒀다.

40여 년을 한 몸처럼 붙어 다녔던 아내가 숨진 후 70대 저자의 머리맡에는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노트만 쌓여갔다. 펜으로 하늘의 아내와 대화하며 하루하루를 부여잡고 있었다. 한 남자의 가슴 절절한 기록이 담긴 노트를 책으로 엮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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