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 “그동안 일부러 피했지만, 이젠 할 수 있겠다 싶어”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9-03 13:02수정 2021-09-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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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 조성진이 9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지난해 11월 국내 11개 도시 투어 후 주 활동무대인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간 조성진은 8월 27일 DG(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 다섯 번째 음반을 내놓은 뒤 4일부터 18일까지 전주, 대구, 서울, 인천, 여수, 수원, 부산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새 음반에는 쇼팽 스케르초 4곡 전곡과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잔안드레아 노세다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을 실었다. 네 차례의 콘서트에서는 1부에서 야나체크의 소나타와 라벨 ‘밤의 가스파르’, 2부에서 새 앨범에 실은 쇼팽 스케르초 네 곡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앨범과 콘서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기사

-고국에서 투어를 열게 된 소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한국 투어 이후 연주여행은 못했다. 당시 투어도 일상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느낌이어서 잊지 못할 이벤트였다. 피아니스트로서 연주란 당연한 일로 생각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주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6년 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다시 쇼팽으로 돌아왔다. 쇼팽을 연주하는 데 변화한 점이 있다면.

“쇼팽콩쿠르 당시에는 연주 스타일이 달랐다. 경직된 느낌이 있었다. 콩쿠르 이후에 훨씬 자유롭게 내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똑같은데 남들은 다르게 보는 것과 비슷하다. 쇼팽 콩쿠르는 많은 기회를 주었고,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긴장되고 끔찍한 기억이다.

이번에 쇼팽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2016년 쇼팽을 녹음하고 의식적으로 안 해왔다. 쇼팽 콩쿠르 우승은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자리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만 각인될 수 있어 위험하다.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그동안 다른 작곡가들을 다뤄왔다. 이제 이때쯤이면 쇼팽을 녹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정할 때 많이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곡을 하는 편이다. 지난 번 쇼팽 협주곡 1번을 녹음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은 지휘자, 악단과 2번을 하고 싶었다. 또 5년 전 쇼팽 발라드 전곡을 녹음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케르초 전곡을 하고 싶었다. 쇼팽 작품 중 발라드와 스케르초, 소나타가 가장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쇼팽 협주곡은 1번이 더 유명한 편인데, 2번 협주곡의 매력은.

“쇼팽 콩쿠르 당시 결선에서 1번 협주곡을 연주한 이유는 당시까지 2번을 연주해보지 않아서 1번이 더 안전했기 때문이다. 2번 협주곡의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다. 1번이 더 널리 연주되는 것은 길이가 8~10분 더 길고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이나 음악적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번이 섬세한 요소가 더 많고 구조도 더 자유롭다.”

-쇼팽의 스케르초 네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스케르초 2번은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 정 선생님과 인연이 만들어졌고, 은사 신수정 선생님과의 인연도 이 곡과 함께였다. 그래서 스케르초 2번은 내게 특별하다. 쇼팽콩쿠르 당시 준결선 마지막 곡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올해 열리는 쇼팽 콩쿠르 참가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없다. 만약 우승을 하는 비결이 있었다면 나간 대회마다 우승했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콩쿠르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컨디션을 잘 조절해서 무대를 서는 것과 큰 기대를 안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 콘서트에서 쇼팽 외 소개하고 싶은 곡은.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지금까지 내가 연주한 피아노 솔로곡 중 테크닉적으로 가장 어렵다. 하지만 청중의 입장에서는 음악적인 특별한 점을 알기 어렵다. 음악적으로 완벽한 곡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많이 연주하고 싶다. 나이 들면 칠 수 없을 것 같다(웃음).”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해 3월 미국에서 마지막 연주를 하고 연주가 취소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두 달이겠지, 뭘 배울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함을 느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가 힘들었을 것이다. 새 곡을 익히려 해도 다음 연주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그래서 어떤 곡을 완성하려 하지는 않았고 평소 못했던 것. 바흐 파르티타 전곡을 쳐보던가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 콘서트를 많이 하게 됐는데, 그때까지는 중계를 싫어했지만 코로나 덕분에 적응하게 됐다. 그래도 무관중 콘서트는 라이브를 대체할 수 없다. 관객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피아니스트로서 가장 매력적인 작곡가와 다음 앨범에서 다루게 될 작곡가는.

“몇 명만 간추리기 힘들다. 쇼팽은 피아노를 위해 거의 일생을 바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작곡가다. 베토벤은 쇼팽과 다르게 피아노 소나타에서 오케스트라가 들리듯 스펙트럼이 넓은 작곡가여서 다른 매력이 있다. 다음 앨범에는 헨델을 비롯한 바로크 작곡가들의 작품이 들어갈 것 같다.”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이 어떤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나.

“피아니스트로서 아직 성공했다고는 정의하기 어렵다. 아직 배워나가는 입장이다. 그 점은 마흔 살이 되든지 쉰 살이 되든지 같을 것이다.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발전은 없다.”


-어떤 식으로 휴식하고 영감을 얻나

“취미가 딱히 없다. 음악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쉴 때도 음악을 듣거나 연주회를 보러 간다. 영감이란 건 추상적이다. 어떤 곡을 치면서 나는 어떤 영감을 받고 표현하려 하는데 관객은 그걸 못 느끼거나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도 연주하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데,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하는 편이다. 나도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생각을 열어두려 한다.”

-음반 녹음을 좋아하는 편인가.

“연주가마다 녹음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유명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녹음실을 선호했지만 나는 무대를 좋아한다. 최대한 녹음도 콘서트처럼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차이는 나기 마련이다.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콘서트처럼 했다고 해도 다시 들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콘서트는 관객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타입이다. 얼마 전만 해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했으면 좋겠다’ ‘빈 필과 협연하고 싶다’ 등 목표가 있었지만 이젠 다르다. 개인으로서 행복한 게 중요한데, 나는 좋은 연주를 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그러므로 목표는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코로나가 걷혀서 계획된 연주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 말 한국에서 협연 기회가 많을 것 같고,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미국 투어가 예정돼 있고, 뉴욕 필이나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협연도 준비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입국해서 장염으로 고생했다고 알려졌는데.

“몸은 다 회복됐다. 연주에 어려움은 없다.(웃음)”

-2019년 통영에서 지휘를 선보인 일이 있다. 지휘자로 변신할 계획은.

“당시엔 실험적 이벤트로 지휘를 했는데. 그때 결심했다. 지휘는 앞으로 안하겠다고.”

-지휘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지휘에) 재능이 없어서다.(웃음)”

한편 클래식 공연과 음반 리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영국 ‘가디언’지는 새 음반에 대해 “성숙하고 감동적이며 열정적이다. 쇼팽의 조용한 부분들을 주의 깊게 고려해 그의 음악이 가진 ‘노래’를 잘 표현했다. 조성진의 재능을 확인시키는 음반”이라고 평했다.

서울 콘서트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앙코르 콘서트가 열린다. 앙코르 콘서트는 네이버TV에서 유료로 중계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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