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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음악 듣고 싶을때 난 유튜브를 켜, ‘선곡 맛집’이 있으니까

입력 2021-08-24 03:00업데이트 2021-08-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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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인기
꼭 내 맘같은 선곡에 열광… 취향별 음악 여러 곡 모은 콘텐츠
어울리는 이미지 넣어 몰입 도와… 시구절 같은 감성적 제목도 인기
음원 플랫폼 이긴 유튜브… 댓글로 감상 나누는 재미 쏠쏠
소통하는 음악으로 변화 이끌어… 저작권 위반 문제는 꾸준한 논란
“비 내리던 날, 포장마차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앓은 시간의 이름을 난 청춘이라고 지었어.”

“창문 열고 청소하다 바람이 좋아 누워버렸어.”

유튜브 채널 ‘때껄룩Take a look’의 음악이 재생되면서 등장하는 한 장면.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스틸 컷을 활용했다. 유튜브 채널 ‘때껄룩Take a look’ 캡처
일기장에 써있을 법한 ‘세기말 감성’의 글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싸이월드 게시물 제목도 아니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즐겨 듣는 유튜브 선곡 모음(플레이리스트) 제목들이다. 말랑말랑한 감성을 표현한 이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에 어울리는 제목과 상황을 적고, 간단한 이미지나 영상을 곁들인다.

이는 ‘벅스뮤직’ ‘멜론’ ‘지니’ 등 기존 음원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선곡 모음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유튜브에서는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나 영상을 추가해 몰입을 돕는다. 구독자들은 댓글로 곡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 ‘소통하는 음악’으로 진화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에 MZ세대 음악 팬들이 몰리고 있다.

팝 음악을 위주로 선곡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essential;’의 영상 캡처 화면. ‘알지? 인생은 롤러코스터야’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삽입했다. 유튜브 채널 ‘essential;’ 캡처
구독자 65만 명의 유튜브 채널 ‘essential;’에는 영상 한 편당 벅스뮤직 음악 PD들이 선곡한 10곡이 담긴다. 인기 콘텐츠는 조회수 500만 회를 넘겼다. 2019년 6월 첫 콘텐츠를 올린 후 2년 만에 급성장했다. 이가영 벅스 뮤직PD서비스 총괄은 “자사 플랫폼에서 운영하던 추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놀랐다.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23일에는 국내 가요에 특화한 새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내놓았다.

‘음악 덕후’를 자처하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채널에도 구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구독자 80만 명의 ‘때껄룩Take a look’은 개성 넘치는 선곡과 제목들로 차별화했다. ‘지독한 짝사랑 경험 적고 가기’ ‘엄마의 연애시절 다이어리를 훔쳐보았다’ 등의 제목을 붙이는 식이다. 인기 콘텐츠는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유튜브에는 ‘네고막을책임져도될까’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구독자들의 일상 경험에 다가가 소통하는 한편 제작자의 내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것. 한 구독자는 “유명인, 전문가가 뽑은 선곡보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제작자가 고른 음악이 더 와닿는다. 댓글로 다른 이들과 소통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과 무관한 기업들도 관련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제일기획의 유튜브 채널 ‘채널일’은 “광고사에서 만든 광고 없는 플레이리스트”를 표방하며 ‘KozyPop’ 채널과 협업한 영상을 만들었다. 일할 때 듣는 소위 노동요가 주제다. 최안나 제일기획 프로는 “채널 구독자의 80% 이상이 18∼34세로 집계돼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에게 최적화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소개팅 망하고 집에 돌아올 때’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의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률이 가장 높은 음악 콘텐츠 플랫폼은 유튜브(25.1%)였다. 이가영 총괄은 “보면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음악 감상의 행태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단, 음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튜브 채널들의 저작권 위반은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다. 법무법인 미션의 장건 변호사는 “저작권자 동의 없이 음원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광고 수익을 받지 않더라도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저작물 사용의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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