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9단의 등장에 중국 바둑 팬들은 열광했다. 그간 이창호 이세돌에게 눌렸던 설움을 젊은 피 커 9단이 설욕해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커 9단은 10대 때부터 포석 감각이 탁월했다. 이는 천하를 호령했던 이창호와 이세돌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아주 특이한 케이스다. 포석이라는 것이 보통은 관록이 쌓이면서 무르익기 마련인데 커 9단은 예외였다. 타고난 재능에 집중연구의 덕을 톡톡히 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중국은 한국 바둑을 넘기 위해 십수 년 전부터 국가대표팀을 꾸려 포석에 대한 집중연구를 해왔다.
백 16이 성급했다. 참고도처럼 백 1로 둬서 흑 2로 받게 한 다음 3으로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커 9단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실전은 흑 17로 눌림 당해 백 16의 가치가 작아졌다. 백 18, 20도 서둘러 안정하겠다는 뜻이지만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흑 21, 23이 정확한 응수로 백 26까지 진행된 결과는 흑 만족이다. 흑 27, 29는 끝내기처럼 보이지만 요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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