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물도 판단하고 감정 느낍니다, 당신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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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샤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조 옮김/328쪽·1만5800원·홍익출판사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 지음·이충호 옮김/468쪽·1만9500원·세종서적

우정, 권력, 계획, 유머, 책략은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동물의 의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수록 다른 종(種)들도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이런 지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픽사베이
우정, 권력, 계획, 유머, 책략은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동물의 의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수록 다른 종(種)들도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이런 지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픽사베이
우리네 푸른 행성의 입주자는 인간과 그 외 수많은 생물종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이 별의 유일한 주인으로 행세하며 다른 구성원들을 차별하고 적대하거나 심지어 멸절시킨다. 그들에겐 얼마나 황당할 일인가. 내가 다른 종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내 공로가 아니라 순전히 우연 아닌가.

두 책은 인류가 지구별의 다른 입주자들을 더 가까운 존재로 돌아보길 주문한다. ‘길들여진…’은 동물 칼럼니스트와 인류학자인 두 여성이 동물을 매개로 우정을 맺은 뒤 신문에 함께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동물의 감정…’은 ‘내 안의 유인원’ 등으로 친숙한 영장류학자 드 발이 제목 그대로 동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앞의 책도 동물의 인식, 공감능력, 도덕성과 감정적 사랑에 집중하므로 두 책은 같은 지점을 향한다.

동물도 즐거움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맞는 말일까. 두 책의 저자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드 발은 우리가 생각해온 것보다 진화의 단계에서 훨씬 일찍 감정과 판단력이 생겨났다고 본다.

인간들은 동물들이 ‘그날 눈을 뜨면서 갓 태어난 것처럼’ 산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동물들도 가족관계와 집단 내의 서열을 알며 권력집단 내 인간처럼 행동한다. 매일 아침 이런 의식을 새로 ‘셋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새들도 경쟁자에게 모이를 더 주면 노골적으로 질투를 드러낸다. 물고기가 감정 변화를 느낄 때 분비하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옥시토신 등의 반응은 포유류와 거의 같다.

‘길들여진…’은 짧고 접근하기 쉬운 에피소드들로 독자에게 호소한다. 수족관의 문어는 도둑질을 하면서 사육사를 기만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스레를 떨거나 유머까지 보인다. 돌고래는 친구들끼리 환각 효과가 있는 복어 독을 즐긴다. 유리앵무새는 자기들끼리 부르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부모가 지어준다.

왜 개들은 자동차 바퀴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오줌을 누는 걸까. 차바퀴에는 멀리 사는 다른 개들의 자취가 묻어 있다. 냄새만 맡고도 개는 그 바퀴와 관련된 개가 암수 몇 마리이며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알 수 있다. 차바퀴가 먼 데 친구들 소식을 전해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자격을 부여해야 할까. 침팬지나 개처럼 우리와 더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는 더 중요한가. 두뇌 활동이 활발한 문어는 그 다음, 뇌가 거의 운동능력에만 관계하는 새우는 그 다음이고, 뇌가 없는 존재들은 ‘더’ 무시해도 되는 걸까. 그런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가진 희로애락과 추론, 숭고함과 도덕성의 가치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과 닮은’ 것에 필요 이상 더 가치를 부여해온 것은 아닐까. 두 책을 읽은 뒤 우리 곁의 개와 고양이, 새와 벌레들을 보는 시선은 전과 다를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동물의 감정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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