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끼리 잘 논다, 방탄소년단 ‘아미’ 1만명 서울광장 접수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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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셔츠 단추를 하나도 잠그지 않는 멤버는?”

10일 오후 서울시청광장 대형 스크린에 물음이 떴다. RM(25)이 답이면 부채의 흰색 면, 진(27)이 답이면 보라색 면을 앞으로 표시하면 된다. RM이 답으로 뜨자 1만여 아미들 사이에서 환호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 5기를 대상으로 열린 ‘런 어웨이 인 액션(RUN ARMY in ACTION)’ 현장이다. 이달 24일까지 예정된 프로젝트 ‘아미피디아’의 오프라인 활동의 하나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와 인터넷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등록·편집하는 ‘위키피디아(Wikipedia)’의 합성어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팬들과 함께 만드는 방탄소년단의 디지털 기록 저장소”라고 소개했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인 2013년 6월13일부터 아미피디아 시작일인 2019년 2월21일까지 총 2080일간의 기록을 담는다. 각국 팬들은 곳에 QR코드 등으로 이뤄진 퍼즐 2080을 찾아 아미피디아를 한 칸씩 채워가며 글과 사진, 영상 등을 활용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소통하게 된다.
서울뿐 아니라 지구촌 각 곳에서 QR코드를 찾았다는 소식이 소셜 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서울,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본 도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홍콩 등 7개 도시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을 선정해 소개하는 티저를 공개했다.

퍼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방탄소년단 관련 퀴즈를 풀 수 있다. 퀴즈를 맞히면 해당 날짜의 카드가 열리고 그날 아미의 방탄소년단 기억을 공유하면 된다.

이날 방탄소년단 공식응원 도구인 ‘아미밤’을 들고 오프라인에 운집한 1만명은 QR코드를 해석한 팬들끼리 함께 퀴즈를 풀며 연대감을 확인했다. 가수 없이 서울시청광장을 팬덤만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미세 먼지와 광장을 뒤덮은 모래로 인해 마스크가 지급됐는데, 아미들은 먼지와 모래에 개의치 않고 마음껏 즐겼다.

영상 속 콘서트 아미를 위한 팬송 ‘둘! 셋!’을 부르는 장면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객석을 향해 마이크를 뻗을 때 영상 의 바깥, 즉 서울시청광장에서는 합창이 큰 목소리로 울펴 퍼졌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없었지만 열기는 콘서트 못지 않았다.
서울시청광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 행사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40대 후반의 김모씨는 “방탄소년단과 방탄소년단 팬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터넷 등을 통해 익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놀랍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빅히트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초반에 이 콘셉트를 충실히 따랐다. 이런 지향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인 힙합으로 앨범을 채운 이유다.

이 장르의 문법에 기반해 ‘학원 폭력’ ‘입시’ ‘등골 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게 호소력 큰 노래를 들려줬다. 점차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팬이 늘어갔다. 기초부터 다져진 강력한 팬덤인 아미가 생겨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아미는 ‘콘크리트 팬덤’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 팬클럽 이름 ‘아미’는 방탄복이 군대와 항상 함께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팬이 언제나 같이 있겠다는 뜻이다.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우상(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여서 가능하다. 비슷한 연령대 가수와 팬이 공감하며 함께 유대감을 맺어왔다.
이날 현장은 그것을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게끔 했다. 건전한 팬문화 조성에 앞장서온 아미들은 이름답게 이날도 일사분란하게 행사장에 입장했고, 빠져나갔다. 대기하는 동안에도 질서정연했고, 남겨진 쓰레기 하나 찾기 힘들었다. 아미 5기라는 20대 초반의 정모씨는 “팬클럽도 가수를 알리는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간 K팝 팬덤 오프라인 행사는 싸이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함께 추는 플래시몹, 인기 아이돌 그룹 커버 댄스 등이 주를 이뤘다. 빅히트와 아미는 단순히 이벤트성이 아닌,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함께 추억하고 기억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이지 보여줬다.

약 50분간의 행사가 종료되고 아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미피디아 각개전투에 들어갔다. 인근의 카페, 식당으로 옮겨 추억을 나누고 공유하고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아미피디아 두 번째 오프라인 이벤트인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ARMY UNITED in SEOUL)’은 23일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아미 5기를 대상으로 열린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상을 함께 보고 방탄소년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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