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이라면 해볼 만하다” 안국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커제와 격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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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현 8단(왼쪽)과 커제 9단. 사진제공|한국기원
안국현 8단(왼쪽)과 커제 9단. 사진제공|한국기원
‘반상의 스타워즈’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정면충돌할 두 사람이 나란히 한자리에 앉았다.

안국현 8단과 커제 9단. 결승1국을 하루 앞둔 12월2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중 최강 고수들의 격돌답게 양국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열기가 회견장을 후끈 달궜다.

두 기사의 커리어 무게감만을 놓고 보면 저울추는 커제 쪽으로 휘청 기울어진다. 중국의 1인자 커제는 삼성화재배에서만 두 차례(2015·16), 그것도 연달아 우승한 인물이다. 반면 안국현 8단은 이번 결승전이 생애 첫 결승무대다.

두 사람의 상대전적도 커제가 앞선다. 비록 단 한 번이지만 2016년 신아오배 64강전에서 만나 커제가 이겼다.

하지만 바둑판 위의 돌은 축구공만큼이나 둥글다. 역사상 숱한 이변과 변화의 바람이 반상에서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안국현의 최근 기세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다. 특히 삼성화재배에서 보여준 괴력은 파죽지세로 그를 결승까지 끌어올렸다. 평생 쓸 실력과 운을 이번 삼성화재배에 쏟아붓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안국현은 본선 32강전부터 결승에 오르기까지 중국의 강자 6명을 내리 돌려세웠다. 한국바둑계에 등장한, 실로 오랜만의 ‘중국킬러’다.

준결승3번기는 안국현의 개인 바둑사에 길이 남을 승부였다. 중국의 탕웨이싱 9단을 상대로 2-0으로 완승. 예상을 완벽하게 뒤엎은 대역전승이었다. 탕웨이싱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 길목에서 안국현의 발목을 잡아챈 악연이었다.

안국현은 탕웨이싱에 이어 커제를 상대로 다시 한번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승3번기는 3일부터 5일까지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특별대국실에서 펼쳐진다.

안국현 8단(왼쪽)과 커제 9단. 사진제공|한국기원
안국현 8단(왼쪽)과 커제 9단. 사진제공|한국기원

다음은 안국현 8단과 커제 9단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커제 9단은 중국랭킹 2위로 내려앉았다가 12월에 1위에 복귀했다. 1위에 컴백해 삼성화재배 결승에 임하는 소감은 어떤가.

(커제) 내게 랭킹은 큰 의미가 없다. 랭킹은 현재의 내 상태를 표현할 뿐이다. 최근 두 차례 바둑을 두었는데 모두 준우승을 했다. 연속된 대국으로 어느 정도 피곤한 상태다.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

-안국현 8단은 첫 세계대회 우승도전인데.

(안국현) 준결승에서도 어려운 상대를 만나 힘들게 이기고 올라와 굉장히 기쁘다. 워낙 강한 상대를 결승에서 만났지만 충분히 좋은 내용을 보여준다면….”

-서로 상대방을 간략히 평가해 달라.

(안국현) 커제 9단은 초반과 균형감각이 강점이다. 스타일적으로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볼 만하다고 본다.”

(커제) 안국현과는 많은 대국을 해보지 않았다. 작년에 한 차례 대국해본 것이 전부다. 최근 대국을 지켜본 소감으로는 굉장히 실력이 있고,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좀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준결승이 끝나고 한 달이란 준비기간이 있었는데.

(안국현) 커제 9단의 최근 기보를 보면서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달 정도 공식대국이 없었는데, 리그전 등을 두면서 실전감각을 유지하려 했다. 마지막 주에 썩 성적이 좋진 않았는데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감각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커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대국 전에 별로 준비를 안 하는 스타일이다. 결승전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 연속적으로 경기를 치르고 와서 아무래도 영향이 좀 있을 거 같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아직 젊기 때문에, 비록 준우승을 연속으로 했지만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서 경기에 임하겠다.”

-결승3번기에 대한 예상을 해본다면.

(안국현) 나는 내 스타일 같은 것에 만족하는 편인데 커제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웃음) 첫판을 두기 전엔 나도 늘 예측을 할 수 없다. 만약 첫 판을 이긴다면 우승이 눈앞에 어른거려서…좀 어떨지.”

고양|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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