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장애인에게 가장 힘겨운 건 차가운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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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류승연 지음/308쪽·1만5000원·푸른숲

고요한 지하철에서 갑자기 “아가가갸”라는 괴성이 터져 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몸은 조금씩 옆으로 비켜간다. 싸늘한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몫이다. 길거리, 대형마트 등 일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저자는 “차가운 시선이 칼이 되지만, 담담한 시선은 숨통이 된다. 시선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기자 생활을 하던 저자는 결혼 3년 만에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얻었다. 동생으로 태어난 아들은 출산과정에서 생긴 뇌손상 후유증으로 평생 발달장애를 안게 됐다. 직장 생활을 포기한 채 장애 아이의 엄마로 견뎌낸 10년간의 시행착오와 ‘동네 바보 형’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분석했다.

무엇보다 장애인 아이를 키우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족한 장애인 복지제도다. 장애등급 평가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장애 아이 치료기관은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를 정도로 부족하다. 성인 발달 장애인의 82.5%는 실업자로 지낸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장애 컨설턴트 도입과 발달장애인이 자력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복지 등은 정책 담당자가 주목할 만하다.

장애 아이 부모가 쓴 감동 수기도, 한계를 극복한 인간 승리 드라마도 아니다. 오히려 고통에 가까운 장애인 부모의 일상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모습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류승연#장애 아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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