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은 어쩌다 고기맛에 빠졌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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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마르타 자라스카 지음/박아린 옮김/400쪽·1만7000원/메디치미디어


저자는 채식주의자이고 숲속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이따금 버터와 갈릭소스를 곁들인 흰살 생선이나 허브를 곁들인 연어를 먹는다. 그러나 아무도 없을 때면 소시지나 베이컨을 한 조각 먹는다. 불쌍한 소와 돼지, 닭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다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는 번번이 이 일을 반복한다.

고기에는 뭔가가 있다. 어떤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매력이나 화학적 구성이 인간의 감각을 끌어당긴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고기에 끌리는 건 ‘중독 요인’ 때문이다. 역사적 경제적 요인, 접근성 등 중독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구입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 맛을 돋우는 기술이 발달했고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 굶주림을 겪은 인류가 귀한 음식으로 여긴다는 점 등이 그렇다.

저자는 동물성 단백질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을 식탁의 필수 요인으로 꼽는다는 점, 서양의 정육업계와 패스트푸드 업체가 마케팅, 홍보, 로비를 통해 식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동물의 권리, 폭증하는 수요로 인해 콩고기 같은 육류 대체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리 문화가 얼마나 육식을 권하는지, 육식이 우리 유전자에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하지만, 저자가 육식에 호의적인 태도가 아님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 책이 “인류와 육류 간 사랑의 역사”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마르타 자라스카#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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