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앤 K 롤링이 그린 ‘제2의 홈스’의 활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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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오브 이블 1, 2/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고정아 옮김/각 권 344쪽·각 권 1만2500원/문학수첩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필명 로버트 갤브레이스로 내놓은 세 번째 추리소설이다. 전작인 ‘쿠쿠스 콜링’ ‘실크웜’에 이어 사설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작품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코모란 스트라이크에 대한 사전 이해는 필수다. 시리즈 연장선에서 출간된 책이다 보니 작가의 추리소설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스트라이크가 이끄는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는 전직 헌병대 특별조사팀 출신의 사설탐정이다. 런던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두 건의 수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제2의 셜록 홈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191cm 장신이지만,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차고 다닌다. 그는 유명 록 스타의 사생아다.

스트라이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 로빈 엘라코트에게 여자의 잘린 다리가 담긴 택배상자가 배달된다. 애초에 수신자에는 스트라이크의 이름이 적혔지만 그 위에 로빈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덧붙어 있다. 상자 안에는 ‘거둬들이네, 사지를, 팔다리를, 목을’ ‘목이 돌아간 백조처럼’ ‘갈망하거나 기도하듯이’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도 함께 발견된다. 알 수 없는 의미의 문구는 스트라이크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록 밴드의 노랫말이다.

스트라이크는 잘린 여자 다리와 쪽지의 내용을 근거로 어머니와 자신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제프 휘태커, 살인을 저지른 뒤 남자 성기를 보낸 전력이 있는 맬리, 스트라이크의 증언으로 종신형을 받았다가 10년간 징역살이를 한 도널드 랭, 스트라이크 때문에 뇌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노엘 브록뱅크….

불빛이 없는 으슥한 변두리에서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멈추지 않는 용의자와, 그를 추적하는 스트라이크와 로빈의 활약이 빈틈없는 빽빽한 얼개 속에서 빠른 전개를 이어간다. 총 2권으로 이뤄져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용의자와 로빈, 스트라이크 각각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서술이 챕터별로 구성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용의자의 심리 상태와 살인 과정을 표현한 묘사가 서늘할 정도로 생생한 점도 인상적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커리어 오브 이블로#버트 갤브레이스#조앤 k 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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