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30대 작가들의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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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내일을 여는 두 전시회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A snowflake’전. 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관찰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눈송이를 뜻하는 전시회 제목 ‘snowflake’는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에서 따왔다. 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A snowflake’전. 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관찰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눈송이를 뜻하는 전시회 제목 ‘snowflake’는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에서 따왔다. 국제갤러리 제공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의 ‘A snowflake’전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다. 두 곳 모두 참여 작가들이 1980년대생 30대 작가라는 점, 최근 수년간 차세대 작가들을 주의 깊게 조명해온 전시장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제갤러리의 ‘A snowflake(눈송이)’전은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에서 주제의식을 가져왔다. 김익현, 최윤, 박정혜, 이미래 작가가 참여했다.

최윤 작가의 ‘액정 기포 미래 진열’을 주목할 만하다. 수백 개의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 그림)를 이어 붙인 작품으로, 렌티큘러에는 2010년대 대한민국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담았다. 하나의 렌티큘러 안에서도 나무, 하늘, 동물 등 여러 이미지가 담겨 있다. 한 그림 안에 알록달록한 새와 돌고래가 함께 들어 있는 식이다. 최 작가는 “‘사실은 네가 본 그게, 그게 아닌 것’이라고 렌티큘러는 배신한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의 소문, 흘러넘치는 영상의 시대에서 매일 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화면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도 읽힌다.

1990년대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준 ‘휴거 사건’을 토대로 삼아 비가시적 믿음의 세계를 가시적인 장면으로 구성한 김익현 작가의 ‘휴거’ 연작, 자아와 외부의 충돌을 파편적인 조각들로 형상화한 이미래 작가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 눈송이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모양이지만 ‘눈송이 모양’으로 부를 수 있다고 이언 스튜어트가 밝혔듯, 세상을 보는 작가들의 시선 역시 다양하지만 복잡하고도 풍부한 해석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전시는 암시한다. 7월 2일까지.

이수경 작가의 도자기 작업을 재해석한 김윤하 작가의 설치 작품(위 사진)과 최윤 작가의 입체 그림 작품 ‘액정 기포 미래 진열’. 아뜰리에 에르메스·국제갤러리 제공
이수경 작가의 도자기 작업을 재해석한 김윤하 작가의 설치 작품(위 사진)과 최윤 작가의 입체 그림 작품 ‘액정 기포 미래 진열’. 아뜰리에 에르메스·국제갤러리 제공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에는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 입구에선 김민애 작가의 ‘파사드’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관객들은 전시장과 바깥을 구분하는 가벽 역할을 맡아 설치된 이 작품을 지나가면서, 벽에 적힌 단어와 문장들을 읽게 된다. ‘인정’ ‘우회’ 등 다양한 단어는 전시회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수년 동안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조명한 작가와 작업을 잇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박길종 작가의 ‘내 친구의 친구들은 내 친구들이다’, 윤향로의 ‘스크린 샷’ 등이 그렇다. 모두 선배 작가들이 겪은 경험, 그들이 사용한 재료를 다시 불러내 구현했다. 김윤하 작가의 ‘그 우발에 대한, 방치하고 싶은 그 불편에 대한, 그럼에도 의도할 수 없는 그 오염된 수단에 대한, 그 전생을 수행하려고 증식하다가, 경계를 발견하고는’이라는 긴 제목의 작품은 이수경 작가의 도자기 작업을 스티로폼 형태로 재해석했다. 과거를 허투루 여기지 않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젊은 작가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7월 23일까지.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한국 현대미술#a snowflake#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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