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현주는 “연기 초년병 땐 너무 일하고싶어 몰래 방송국 앞 촬영 버스에 탑승해 현장으로 갔다”며 “힘들기도 했지만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퍼스픽처스 제공
《 “잘리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어요. ‘내일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합니다.” 손현주(52)는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본 배우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에 굳은살 박이듯” 연기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1990년 극단 미추의 단원으로 입단해 마당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0년 KBS1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
연기 경력 28년 차. 어느덧 드라마는 물론이고 ‘숨바꼭질’ ‘더 폰’ 등 스크린에서도 주연으로 자리매김한 그다. 영화 ‘보통사람’ 개봉(23일)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갓 데뷔한 신인처럼 겸손한 모습이었다.
“사실 전 ‘2주짜리’ 인생이었죠. 워낙 조역, 단역을 많이 하다 보니 ‘네 역할 2주 뒤에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2주 뒤에도 살아남을까 고민하면서 끈질기게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땐 그게 힘든 건지도 몰랐어요.”
영화 ‘보통사람’에서 그는 아픈 아들에게 바나나를 맘껏 먹게 해주고, 아내를 위해 2층 양옥집 하나 사주는 게 꿈인 ‘평범한’ 형사 역을 맡았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공작에 엮이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1980년대 민주화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고, 사랑에 대한 영화예요. 사실 영화 메시지 때문인지 투자자가 모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2년을 다른 영화 안 하고 기다렸죠.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그는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엔 대학생이었다. “격동기였고, 학교에서도 늘 흰 연기(최루가스)가 피어올랐지만 전 착실한 학생이었죠(웃음). 하여튼 그땐 연기가 저의 관심사였고, 어떻게 하면 극단 생활을 잘할까, 연기를 잘할까 이 고민을 주로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시대가 아팠기에 막걸리는 많이 마셨죠. 하하.”
손현주는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평범한 소시민 역할을 많이 맡아 왔다. “따져 보면 그동안 맡은 역할 중에 변변한 역할이 몇 안 돼요.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도 변변치 못한 형 역할이었고. 소소한 집안의 평범한 아빠, 근근이 살아가는 소시민 역할을 많이 했네요. 그런데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평범하다는 건 사실 참 대단한 거예요. 결국은 사람들이 보통의 존재로 평범하게 살기 위해 사는 거 아닐까요?”
그간 스크린에선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 등 주로 스릴러 장르에 출연했지만 이번 영화는 좀 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휴먼 드라마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아들, 나를 믿고 있는 아내…. 못해 주는 것들이 늘 가슴 아픈 그런 감정들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도 ‘내 자식’인 거죠 뭐.”
영화 속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형사처럼 그도 그랬다. 짧은 인터뷰 시간, 본인 얘기하기도 바쁠 텐데 후배들부터 챙긴다. “휴대전화에 소속사가 없는 연극배우들의 프로필 사진 40개 정도를 저장해서 갖고 다녀요. 이것 좀 보실래요? 기회가 있으면 오디션 볼 기회라도 주고 싶어요. 선배로서 이런 거라도 도와야죠.”
그는 2014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악착같이 연기하고 악착같이 후배들을 돕겠습니다. 또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죽을힘을 다해 연기할 겁니다. 죽기 살기로 해도 버티기 힘든 세상인데 더 열심히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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