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감동에 생기발랄함 더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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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경에 방송되는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 도레미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경에 방송되는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 도레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토록 기다리던 이를 이제야 만났는데 왜 이리 허전할까.

지난달 20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을 마주한 심정이 딱 이렇다. 솔직히 요즘 한국 드라마는 다소 극단적이었다. 아침·주말극은 여전히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가득하다. 미니시리즈는 만화 같은 퓨전사극과 판타지로맨스만 판을 쳤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웃음과 감동을 담은 작품은 쉽게 만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드디어, 평범한 가족의 하루하루를 담은 작품이라니. 기대감이 컸다.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다. 만년 과장인 아빠 나천일(박혁권)과 전업주부 엄마 맹라연(박선영), ‘중2병’에 걸린 딸 나익희(김지민)를 중심으로 가족과 직장, 학교에서 벌어질 듯한 에피소드가 물 흐르듯 펼쳐진다. 딸과 소통하려 열심히 신조어를 익히려는 아빠(3화)나 5자매 사이에 낀 셋째라서 서러운 엄마(1화)의 정서는 공감이 간다. 배우들 연기 역시 넘치지 않고 안정감을 준다.

한데 얘기가 일직선으로 단출하다. 국이랑 밥이랑 있을 건 다 있는데 딱히 손이 가질 않는 상차림이랄까. 물론 이건 그간 너무 ‘단짠단짠’(달고 짠맛) 드라마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이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된장찌개만 먹는다면 좀…. 게다가 매번 끝자락에 굳이 감동 코드를 넣어 마무리하는 건 강박관념 아닌가. 가족이라고 항상 따뜻할 필요는 없는데. 장르가 다르긴 해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년)과 ‘지붕 뚫고 하이킥’(2009∼2010년)이 뿜어내던 생기발랄함까지 바라면 욕심이 큰 건가.

오히려 ‘초인가족…’은 의외의 지점에서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다. 등교를 앞둔 딸의 성화에 체육복을 찾아나서는 엄마, 술 취해 잠든 아빠의 양말을 벗겨주는 딸. 20세기의 전형적 도덕 기준은 21세기 드라마에서도 여전히 ‘일상’이란 이름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다. 그게 ‘보통’ 아빠와 엄마와 자식이란 굴레 속에서. 하긴 이래서 그들을 초인가족이라 부르나 보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질 않아서. 정말 엄청난 능력이긴 하다. ★★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초인가족 2017#sbs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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