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有錢無罪 大盜無門… 有口無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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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대도무문> <유구무언>

 한 선배가 말했다. “기사란 1000자를 쓰면 1000자를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실제로 그랬다. 많은 취재가 활자화되지 못한 채 걸러졌다. 본보 25일자 A10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유독 더했다. 많은 일반인 인터뷰가 흐름상 담기지 못했다.

 아쉽지만 마음엔 남는 게 있었다. 만난 이 모두 이런 불평등을 인지했다. ‘흙수저’ 취업준비생은 기회마저 빼앗긴다 여겼다. 한 주부는 애들 학교의 지나친 호구조사를 염려했다. 30대 미혼 여성은 가난한 연인과 사귀다 아버지가 진짜 “무전유죄”라며 반대했단다. 그들은 결국 헤어졌다.

 없는 이만 느끼는 게 아니다. 한 직장인은 빵빵한 집안 덕에 편하게 군 생활 했노라 털어놨다. 경찰 A 씨는 “돈이 있어야 출중한 변호인을 선임해 형량 혜택도 본다”고 인정했다. 50대 자영업자는 “치킨가게도 ‘좀 가진’ 사장한테 본사가 더 챙겨준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후배는 “지금껏 ‘대도무문(大道無門)’이 ‘대도무문(大盜無門)’인 줄 알았다”고 뜬금없이 고백했다. 큰 도둑은 거칠 게 없단 통념이 퍼진 세상. 죄 지으면 빠져나갈 문이 없단 해석으로 바뀌려면 얼마나 걸릴까.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유전무죄#대도무문#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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