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버나드 쇼의 유머-올리버 색스의 지혜로 여는 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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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선물하고 싶은 책 12권

 《새해 목표로 자주 꼽히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다이어트, 금연, 외국어 공부 그리고 독서. 동아일보 ‘책의 향기’팀은 새해를 맞아 책을 많이 읽기로 결심한 이들을 위해 선물하고 싶은 책들을 꼽아봤다. ‘이거다!’ 싶은 책을 발견했다면 좋아하는 이들에게 살포시 내밀어 보길 권한다.》
 

 ▽김상운=역사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메리 비어드·글항아리·2만8000원)을 주고 싶어. 구체적인 생활상을 복원해 보여주는데, 거리의 돌 징검다리를 만든 건 로마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도로에 그냥 버렸기 때문이래.

 ▽손택균=이탈리아에 여행 갈 사람이 봐도 좋겠네. 오래전 폼페이에 갔을 때 뭘 봐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거든.

 ▽상운=폼페이 가기 전에 보면 정말 좋지. 도판도 풍부해. 지금까지 본 고고학 책 중 제일 재미있었어. ‘댓글부대’(장강명·은행나무·1만2000원)는 촛불집회 참석자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한 정치조작 사례를 현실감 있게 그렸어. 

 ▽조종엽=맞아. 난 직장인을 위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오우아·1만5800원)을 골랐어. 교과서나 사보에 나올 것 같은 그림에, 직장인이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배치해 빚어내는 부조화가 ‘웃픈’ 정서를 만들어 내. “정상을 향한 삶보다는 정상적인 삶을 원해”라는 대사는 직장인의 심정을 200% 대변하지.

 ▽손효림=종엽 씨 가슴도 많이 때렸어?

 ▽종엽=노 코멘트(웃음). 덧붙이자면 상사에게 선물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쯔안·알마·1만5500원)를 주고 싶어. 자기 책에 붙여 ‘내 것’임을 알리는 ‘장서표’를 다뤘어. 과거 책은 유한계급이 소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장서표를 많이 만들었대. 판화 예술로서도 가치가 있는 각종 장서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

 ▽상운=대학 다닐 때 도서관 책 뒤에 대출표가 붙어 있었잖아. 거기에 무슨 과 몇 학번이 읽었는지 쓰고 간단한 리뷰를 남기는 사람도 있었지.

 ▽효림=아, 기억난다! 빌린 책마다 대출표에 특정 과 아무개가 이미 봤다고 써 놓으니까 그 사람이 안 본 책을 먼저 읽으려고 기를 썼던 애들도 있었어.

 ▽김배중=‘버나드 쇼: 지성의 연대기’(헤스케드 피어슨·뗀데데로·2만5000원)는 유머 감각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좋을 듯해. 버나드 쇼는 아버지 사업이 망해도 남의 일 보듯 낄낄 웃는 ‘유체이탈’ 성격이야. 버나드 쇼는 촌철살인이 특기잖아.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에 발광다이오드(LED) 촛불로 대응하거나, 기막히게 참신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볼 때면 버나드 쇼의 후예가 아닐까 생각한다니까.

 ▽효림=해석이 더 멋지다!

 ▽김지영=버나드 쇼는 인생을 달관하게 만드는 힘을 주지.

 ▽배중=또 한 권은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심재훈·푸른역사·1만8000원)야. 저자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중국 고대사를 연구했는데, 우리나라가 우리 것만 무조건 최고라고 여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고교생, 대학생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종엽=송호정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20세기 동아시아 민족주의의 보편성과 그로 인한 고대사 논쟁의 소모성을 쉽고 흥미롭게 지적했다고 평가했지.

 ▽택균=나의 선택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이언 보스트리지·바다출판사·2만5000원).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한 테너 가수가 겸허한 문장으로 풀어 쓴 책이야. 단어 선택이 탁월하고 글에 어울리는 그림도 잘 배치했어. 슈베르트를 좋아하는 사람,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에만 익숙한 사람에게 주고 싶어. 바리톤 올라프 베어의 ‘겨울 나그네’ CD와 함께 포장해 건네면 멋진 선물이 될 것 같아.

 ▽배중=책 표지도 예쁘다.

 ▽택균=버려진 강아지의 삶을 그린 만화 ‘흰둥이1, 2’(윤필·창비·각 1만2000원)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 원망 대신 염치와 역지사지를 전하는 강아지의 이야기야.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언젠가 늙고 병들어 죽어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줘.

 ▽종엽=새해 선물치고는 좀 슬프지 않아?

 ▽배중=추운 겨울에 난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효림=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빈센트와 함께 걷다’(류승희·아트북스·1만8000원)를 건네고 싶어. 화가인 저자가 고흐가 태어난 집, 학교, 숨질 때까지 머물렀던 여관과 그림 그린 곳들을 찾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벨기에의 21개 도시를 다닌 기록이야. 고흐의 그림과 배경이 된 실제 현장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커. 글도 깊이가 있고.

 ▽택균=겉핥기나 견문 과시에 그치지 않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네.

 ▽효림=동감이야. 고흐는 동생 테오와 사이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고 크게 다투기도 했다고 해. 미처 몰랐던 고흐의 삶을 한층 깊숙이 알게 돼.

 ▽택균=편집이 깔끔하다. 저자가 스스로 행복해하며 안내하는 느낌이 드네.

 ▽효림=실제로도 그래. 2015년 세상을 떠난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가 생의 끝자락에 남긴 4개의 에세이를 엮은 ‘고맙습니다’(알마·6500원)도 골라봤어. 제목도 선물하기에 딱 맞지 않아? 인생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담고 있어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새해에 읽으면 좋을 듯해.

 ▽지영=그렇겠다. 난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들에게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문학동네·1만3000원)를 권할 거야. 김천 뉴욕제과 막내아들이 스무 살이 되기 전 기억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렸어. 한국 소설도 이렇게 흥미롭다고 말하고 싶어.  

 ▽효림=엄청 재미있나 보다.

 ▽지영=짜릿한 재미는 아니지만 금방 몰입해서 읽게 돼. 그리고, 다른 분야 책은 많이 읽지만 시는 손이 잘 안 간다는 친구에게는 이원의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사·8000원)를 주고 싶어. 현대 문명과 인간이 선 지점을 차갑게 관조하는 작품이야. 시의 매력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폼페이#댓글부대#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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