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메리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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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에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좀 특별하다. 크리스마스 인사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가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 편에 선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해피 홀리데이스는 의도는 좋으나 너무 작위적이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 무신론적이지만 크리스마스 인사를 갖고 논란을 삼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주아이외 노엘(Joyeux No¨el)이고, 스페인에서는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 독일에서는 프로헤 바이나흐텐(Frohe Weihnachten)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공식적으로 성탄절이라 칭하고 ‘즐거운 성탄’이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한다. 최근 발표된 10년 만의 인구통계에서 아무런 종교도 없는 사람이 56.1%로 국민의 절반을 훨씬 넘지만 크리스마스 인사가 문제된 적은 없다. 서양과 달리 크리스마스가 신년까지 이어져 한 해를 마감하는 긴 명절도 아닌 데다 성탄절과 부처님오신날이 공평하게 휴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성탄절은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정국이 뒤숭숭해서인지 분위기가 영 나지 않는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20일까지만 해도 온도가 23.5도(844억 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들의 기부로 22일 41.7도(1495억 원)까지 올라갔으나 여전히 예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사랑의 온도도 케인스 식으로 부양해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이웃까지 모두가 즐거운 성탄이 되려면 좀 더 노력해서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는 하필 성탄 전야가 주말이다. 오늘 ‘하야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가수들이 출연해 캐럴을 부르는 축제로 진행한다지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성탄 전야에 그 집 100m 앞에 몰려가 물러나라고 외치는 게 성탄의 정신에 맞는지 모르겠다. 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다. 적이 괴로우면 내가 즐겁다는 말이지만 그것이 정의의 즐거움일지 몰라도 성탄의 즐거움은 아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크리스마스#도널드 트럼프#성탄절#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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