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놀라고… ‘불굴의 1승’ 이세돌에 반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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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집안싸움 ‘씁쓸’

 인공지능 바둑이 현실세계로 뛰어 들어왔다. 3월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앞두고 바둑계는 이 9단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1024대의 컴퓨터로 연결된 알파고는 파죽의 3연승을 거둔 끝에 4-1로 압승을 거뒀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의 승리는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았던 인공지능이 실제 인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다만 이 9단도 4국에서 ‘신의 한 수 백 78’로 1승을 거두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줘 ‘이세돌 신드롬’을 낳았다. 바둑 붐도 불어 바둑 학원과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는 중국기원에 알파고와 중국 기사의 대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 드왕고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딥젠고도 내년 3월 한중일 최고수와 정식 대회를 갖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인공지능-인간의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프로바둑계는 침체 일로를 걸었다. 우선 세계대회에선 2월 강동윤 9단의 LG배 우승 말고는 중국에 참패했다. 특히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 결승에서 박정환 9단이 탕웨이싱 9단에게 2-3으로 역전패한 것이 컸다. 삼성화재배와 중국 주최 바이링배 모두 중국 선수끼리 결승을 치렀다. 그나마 11월 여자 세계대회인 충룽산빙성배에서 오유진 4단이 ‘3번의 반집승’을 기록하며 우승해 체면치레를 했다.

 바둑계 내부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회의 상금 공제 규정 등이 부당하다며 탈퇴를 선언해 파문이 일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아마 바둑계를 대표하는 대한바둑협회 회장 선거에서 신상철 일요신문사 대표가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를 이기는 이변을 연출했고, 결국 대한바둑협회가 한국기원과 사실상 분리됐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11월 유창혁 9단이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세계 정상급이었던 기사가 한국기원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오른 건 처음이어서 바둑계의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둑#알파고#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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