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중세 풍습 전해주는 ‘백조구이’ 음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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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데미트
 ‘한때 나는 호수 위의 아름다운 백조였다네/그러나 제길! 이제는 검게 구워졌다고!/요리사가 나를 꼬치에 꿰어 돌리더니/시종이 그릇에 담아 내놓는구나….’

 카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1937년)에 나오는 열두 번째 곡 ‘나는 호수 위의 백조였다네’입니다. 테너 솔로가 처량한 고음으로 이제는 요리가 된 백조의 신세를 노래합니다.

 이 칸타타는 19세기 독일 보이렌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발견된 중세 노래 텍스트들에서 영감을 받아 오르프가 곡을 붙인 것입니다. 신을 찬미하는 경건한 노래도 있지만, 당시 풍속을 전해주는 파격적인 음식 노래나 에로틱한 노래까지 있습니다.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세 유럽에서는 백조나 비둘기 같은 조류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닭과 오리 사육이 보편화되면서 인류가 먹는 조류의 종류는 오히려 줄어들었죠.

 백조 요리와 관련된 음악작품으로 힌데미트의 비올라 협주곡 ‘백조를 돌리는 사람(Der Schwanendreher·1935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3악장에 독일 민요 ‘그대는 백조를 돌리는 사람인가?’ 선율을 바탕으로 한 변주곡이 등장해 붙은 제목입니다. 중세에 주방에 들어가 일을 배우는 사람은 꼬치에 꿴 고기를 천천히 돌리는 일부터 했다고 합니다. 옛날 독일의 방랑음악가들은 흔히 손풍금을 돌리며 노래를 했는데, 이 손풍금 돌리는 모습이 백조 고기를 돌리며 굽는 모습과 비슷해 이런 노래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조구이를 묘사한 두 작품의 발표 연도가 비슷하죠? 제2차 세계대전 전야의 불안한 시기였습니다. 낭만주의 음악의 전성기였던 19세기의 낙관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깨져 나간 뒤였고, 사람들은 ‘미래’나 ‘오랜 과거’에서 상상력의 원천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중세에 먹던 백조’라는 소재가 우연히 겹친 것으로 보면 자연스럽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제56회 동아음악콩쿠르가 막을 내렸습니다. 비올라 부문 본선 과제곡은 힌데미트의 ‘백조를 돌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입상자들께 축하를 드리며, 모든 참가자들께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카를 오르프#카르미나 부라나#나는 호수 위의 백조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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