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신기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 최철한 9단 ● 조한승 9단
56기 도전 3국 5보(49∼58)

 조한승 9단의 손이 머문 곳은 흑 49였다. 백 ◎ 두 점을 위협하는 강렬한 급소. 맥에 밝은 기사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두 점이 초점이 아니었다.

 흑은 백 ○의 욕심에 의해 잡은 선수를 중앙 흑 세를 온전히 지키는 데 써야 했다. 그러려면 백 ◎에 바싹 다가설 게 아니라 참고도 흑 1처럼 멀찌감치 전체 국면을 조망하는 여유가 필요했다. 백 2로 재차 삭감한다면 흑 3으로 가볍게 뛰어 좌우를 동시에 압박한다.

 조 9단은 백 50의 호수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흑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수다. 이런 감각은 최철한 9단이 일류 기사임을 보여 준다.

 흑의 대응은 고작 51 정도인데 백 56까지 흑 중앙 세력권 안에서 백이 철옹성을 쌓았다. 저 멀리 하변 흑 세에서 외롭던 하변 백 두 점도 이젠 훈훈한 온기를 느낄 정도다.

 백 58로 흑 공격권에서도 완벽히 벗어나며 사실상 흑 세력이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에 관전객 모두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흑이 기선을 잡았다 싶은 순간이 신기루처럼 날아갔다.

 이제 흑이 고집을 부려 백 ◎ 두 점을 손에 넣으려 하면 진짜 역전이다. 조 9단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새로운 전장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국수전#결정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