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불신사회, 희망은 우리에게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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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박주영 지음/324쪽·1만3800원·다산책방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혼불문학상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년)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감시사회나 다름없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저항한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소설은 스파이 집단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영문자 이름의 인물이 여럿 등장해 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사연을 풀어낸다. 15년의 기억을 잃은 채로 병원에서 깨어난 X에게 한 남성이 접근해, X가 스파이라면서 이전처럼 금융계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스파이 일을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여성 요원 Y는 X의 대학시절 친구 노릇을 하면서 X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석 요원 B는 자신이 대의를 위해 싸웠던 스파이였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라고 한탄한다. B는 무명 소설가 Z를 위험한 인물로 보고 감시한다.

 소설에서 스파이 집단은 실체가 명확하진 않지만 이면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 묘사된다. 스파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나누는 대화는 매달의 카드 대금과 아파트 대출금 같은 것이어야 하며, 미래에 대한 건 돈 걱정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이 스파이 소설이지만 실은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지점이다. 작가는 이 같은 세상에서 의식을 일깨우는 데는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제목 ‘고요한 밤의 눈’에 대해 작가는 “밤에 하얀 눈이 한 송이씩 내려서 아침이면 세상이 하얗게 변하듯이 우리가 가진 희망과 꿈,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작더라도 모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변할 수 있으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고요한 밤의 눈#박주영#혼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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